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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허드의 성공적 재기


치욕스러웠던 추락 이후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아, 마크 허드 Mark Hurd가 오라클 Oracle 의 공동 CEO로 다시 정상에 섰다. 트레이드 마크인 열정과 친구의 도움, 그리고 그답지 않은 처세술 덕분에 허드는 성공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예 처음부터 추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 기업가의 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자. BY ADM LASHINSKY

마크에겐 한 가지 큰 골칫거리가 있었다. 그때는 그가 기업 역사상 가장 극적인 ‘ 탈출’ 을 감행한 지 약 2년 후인 2012년이었다. 2010년 여름 컴퓨터 제조업체 휼렛 패커드 Hewlett-Packard의 CEO라는 막강한 자리에서 사퇴한 지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허드는 소프트업계 대기업 오라클의 최고위층에 거의 안착해 있었다. 회사 공동 창업자 겸 대표인 래리 엘리슨 Larry Ellison의 절대적 지원이 큰 힘이되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희롱과 비용계정 위반들과 같은 참기 힘든 굴욕적 주장들을 막아내는데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첫 해에만 약 4,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무사히 꿰찰 수 있었다. 허드 자신이 어떻게든 사업적 성과만 달성한다면 그의 과거 행적따윈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보스를 위해 일하는 대가였다.

그런데 허드는 현대 사회의 특성에서 파생되는 곤란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인터넷 시대에는 과거 행적으로부터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봉착한 문제였다. 허드 스스로도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나오는 검색 결과로 그런 증거들을 볼 수 있었다. 검색 결과 상위에 나오는 것은 fuckyoumarkhurd.com라는 웹사이트였다. 허드가 극히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HP의 대표로 5년간 재직하면서, 회사 내 모든 군살을 제거하기 위해 철저하게 각종 비용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웹사이트는 그에 대한 모든 종류의 부정적인 얘기들을 담고 있었다. 특히 더 안 좋은 내용은, 리얼리티 TV 여배우 죠디 피셔 Jodie Fisher-한 때 허드가 세계 전역에서 고객 관련 행사들을 진행할 때 도움을 주었다-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는 점이었다. 피셔는 허드가 2010년 언론담당 변호사로 글로리아 올레드 Gloria Allred를 고용해 자신을 성적으로 희롱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허드가 결국 HP를 떠나야 했던 잇단 사건들의 단초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라도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미지 관리에 무척 신경을 써온 허드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한 전직 임원은 “당시 허드가 할 수 있었던 건 HP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허드가 오라클에 오기 직전까지 일만 하다가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허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글렌 번팅 Glenn Bunting에게 도움을 청했다. 번팅은 각종 난처한 문제들의 해결을 원하는 기업가들의 언론 담당 조언자로서 직업을 바꾼 인물이었다. LA 타임스에서 고위 직책을 맡았던 그는 그 분야 최고 전문가인 마이크 시트릭 Mike Sitrick을 위해 일하면서, 위기 상황 소통 문제를 다루는 최고 수준의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허드는 높은 지위에서 추락하는 시련을 겪는 동안 자신을 옆에서 돌봐준 시트릭의 소개로 번팅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번팅에게 지시한 일은 간단했다. 구글 검색 결과를 손봐달라는 것이었다. 번팅은 관련 비용을 오라클에서 받아 허드에 관한 새로운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각종 비도덕적인 내용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번팅의 노력이 일정 시간 지속되자 ‘허드가 HP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임했다’는 내용들이 사라졌다.

허드에게 드리워졌던 어두운 장막이 걷히면서 훨씬 더 밝은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오라클에서 얻은 그의 성공이 이를 대변한다. 허드는 오랫동안 엘리슨의 재정 및 운영 담당 고문을 맡았던 사프라 캐츠 Safra Catz와 함께 예전의 지위보다 낮은 공동사장 직책을 맡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엘리슨은 지난해 9월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허드와 캐츠를 공동 CEO에 임명해 그들이 일궈낸 성과에 보답했다.

허드는 ‘ 갑작스럽게’ 다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 코니 Kony의 대표이자 과거 HP에서 허드를 위해 일했던 탐 호건 Tom Hogan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큰 주목을 받는 자리에서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 움직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자리에서 공동 CEO로 전면에 재등장하고 있다. 정말 엘리슨을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마크 허드가 타블로이드 가십거리의 주인공에서 포춘 500 대 기업의 수장으로 컴백한 과정은 정말 성공적인 재기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좋은 이야깃거리임에 분명하다. 최근 대외적 이미지 노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허드가 진짜 전하고 싶어하는 스토리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허드의 개인 홍보담당자로 일하는 번팅이 먼저 포춘에 연락을 취했다. 그는 허드의 성공적인 재기에 대한 기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허드는 그 후 자신의 과거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염려했는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한번 다뤄볼 가치가 있는 무용담 같은 이야기였다. 허드 자신도 아주 잘 알고 있듯이,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38년 역사를 가진 오라클이 중요한 전기를 맞은 시점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오라클은 자신들이 과거에 소홀히 했던 유료가입 기반(sunscription-based), 다시 말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업계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뒤처진 것을 만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허드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차기 단독 CEO 자리를 겨냥해 자기 위치를 재정립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 최고 자리 승계 후보자들은 엘리슨의 결혼생활처럼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엘리슨은 최근까지 4번 결혼을 했다). 또 허드에겐 다른 한 두 명의 경쟁자들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그는 조만간 마음 편하게 지내기 힘들 듯하다.

허드는 무뚝뚝한 성격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논쟁하는 것을 주저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재기? 물론 기사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현재 오라클에서 하는 일이 나의 재기와 어떤식으로든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그저 우리 팀과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기사 주제를 피해갔다. 평소 허드의 전형적인 어조는 아니었다. 그는 HP에서 일어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아주 강하게 부인해 왔다.

물론 허드가 과거 행동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단순히 말할 순 없다(허드는 예전 회사에 대해 “과거를 돌아볼 만큼 시간이 없다. 그러나 HP에서 보낸 시간들, 우리가 그곳에서 이뤄낸 성과들, 그런 성과들을 위해 일해 준 직원들에 대해 아주 좋은 기억들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HP는 허드가 사퇴했을 때,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일반 대중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사실 해고된 것이 아니었다). HP는 허드의 행위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의 성희롱 정책 위반에 대해선 그의 혐의를 벗겨주었다. 그럼에도 허드와 이사회 핵심 멤버들-허드가 자신들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었다-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금이 간 상태였다.

앞서 언급한 여배우의 변호사 올레드가 허드에게 보낸 고소장의 자세한 내용들은 사건 발생 1년이 지나서야 외부에 공개됐다. 그 고소장은 여배우 피셔에 대한 허드의 성적 구애 행동들과 관련된 주장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허드가 한 번은 은행 잔고를 보여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동 인출기까지 함께 갔다는 주장도 있었다. 구체적 조건이 밝혀지지 않은 쌍방의 화해 이후, 피셔는 올레드가 작성한 고소장 내용 중에 부정확한 사실들이 들어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고소장의 어떤 내용이 잘못됐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추문이 발생한 지 정확히 한 달 후, 엘리슨은 ‘신의 한 수(masterstroke)’를 보여주었다. HP 이사진의 우둔함( 그의 표현이다)을 오래 전 애플이 친구 스티브 잡스를 해고한 것에 비유하면서, 판매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오라클 사장으로 허드를 영입했다.

그러나 그 ‘거래’를 최종 타결하기 전에, 허드는 오라클 내에서 아주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캐츠라는 여인의 검열을 통과해야 했다(그녀는 적극적으로 엘리슨 개인뿐만 아니라, 자신과 그와의 관계까지도 강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오라클의 최고위층 인사들과 연줄이 있는 한 인사는 “허드가 회사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오라클이 공개하기 전, 사프라는 그와 6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때 그녀는 허드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녀 자신과 래리 사이에 끼거나, 래리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같은 후회할만한 짓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전했다.

오라클 직원들은 허드와 관련한 ‘멜로 드라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 래리 엘리슨은 젊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져왔고, 그 중 일부와는 결혼까지 했다. 또 회사는 허드가 새로 합류하기 전, 전임자 찰스 필립스 CharlePhillips와 과거 그의 여자 친구의 사진들이 뉴욕과 다른 도시들의 광고판 위에 도배되고 있는 광경을 이미 지켜본 적이 있었다. 오라클에서 잔뼈가 굵은 한 직원은 “우리들은추문과 나쁜 행실 등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허드는 오라클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엘리슨은 물론, 캐츠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위에서 언급한 정통한 소식통은 “마크는 래리나 사프라와 경쟁하거나 그 둘을 비난하지 않으면서도아주 훌륭하게 회사에 기여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허드의 주요 역할은 바로 뛰어난 판매 능력으로,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들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허드는 대기업 고객사들을 다뤄야 하는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드와 오라클의 궁합은 이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올해 58세인 허드는 기술 장비업체 NCR 에서 20년 이상 일했고, 판매·마케팅 분야의 고위직을 거쳐 회사 CEO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해고된 HP의 CEO 칼리 피오나 Carly Fiorina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HP로 영입됐다. 그는 재직 기간 동안 단순명쾌한 일처리, 숫자에 정통한 분석, 고객들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투자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 강한 열의를 지닌 인물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비록 직원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세부적인 것들에 항상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었을 지라도, 실적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허드는 오라클에 합류한 후, 회사의 마구잡이식 (rough-and-tumble) 문화를 발견했다. 판매 및 제품개발 관련 부서들의 가혹한 일처리 문화가 대표적이었다. 한전임 오라클 중역은 “직원들이 의욕은 넘치지만 오만하고, 텃세가 심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묘사했다. 오라클은 지금도 기업 기술업계에서 ‘최고의 고객사들마저 매정하게 다룬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터무니 없는 제거비용이 드는 기술들을 설치한 후에는 더더욱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라클 임원들은 허풍을 떨면서까지 경쟁업체들을 무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동 CEO이자 회사의 가장 중요한 보직인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캐츠는 의구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에게 신생업체 워크데이 Workday를 “걸음마도 떼기 전에” 없애버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워크데이는 인사 업무를 처리하는 유료가입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10년이 지난 현재, 그 회사는 시가총액이 15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해 오라클의 주요 경쟁사가 되었다). 회사는 캐츠의 발언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오라클 직원들은 사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느낄수 밖에 없다. 오라클에서 근무한 다른 한 임원은 “그곳에서 20년을 근무했는데, 직원들의 자질은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일하고 싶은 직장 50위 안에는 결코 들지 못할 것이다. 사내에서 주목 받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 몇 명에 국한된다. ‘모든 직원은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분위기가 회사 전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새롭게 오라클에 들어온 직원들은 바로 그런 경험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합병 거래가 마무리 되기 전 오라클은 합병 대상회사들에게 1만 달러 이상의 모든 지출은 꼭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캐츠에게 직보하는 아주 일사불란한 사내 인수합병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피합병 회사 직원들에게 ‘ 왜 오라클이 그들 회사를 인수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계속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소위 ‘통합 100일 교본’을 가지고 있다.

허드가 오라클에 합류할 당시, 직원들은 비용 삭감을 했던 그의 과거 전력 때문에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는 HP에서 수십억 달러의 연구예산을 대폭 삭감해 많은 직원들에게 욕을 먹었다. 하지만 HP가 자랑하는 연구소들이 수년 동안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조치들이 틀린 것이라곤 할 수 없다. 허드는 비대한 회사의 군살을 뺐다. 월가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런데 HP와는 대조적으로, 오라클은 조직이 비대하거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가 아니었다. 캐츠가 회사 이익 관리를 꼼꼼히 해왔고, 합병 계획들 역시 회사의 재정 운용 계획에 확실하게 맞아 떨어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이 당면한 더 큰 문제는 바로 유료가입 기반의 소프트웨어 쪽으로 생산라인들을 재배치 하고, 나아가 그런 신제품들을 팔 수 있는 판매 인력을 재교육하는 것이었다.

허드의 핵심 계획들 중 하나는, 전화로 오라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수천명 규모의 대학생들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어린 신입 사원들의 고용 해약률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허드의 야심 찬 계획은 두가지 목적을 달성했다. 우선 판매에 쏟아 부은 노력 대비 비용 자체를 낮췄고, 판매 인력의 새로운 재편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허드는 오라클의 판매 인력을 제품별, 구매 고객별, 경쟁사별로 재조직했다. 판매인력 규모 역시 두 배 수준으로 높였다. 허드가 주도한 이런 변화가 아직 완전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애널리스트들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허드는 회사 최상층부에 있는 소수의 동료들과는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반면, 다른 곳에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했다. 오라클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북미지역 판매책임자 키스 블록 Keith Block과 충돌했다. 그가 신임 상사 허드에 대해 쓴 경멸적인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HP와 오라클의 법적 분쟁(허드의 HP 중도 사퇴와 직접 관련은 없다)의 일부로서 법정에서 공개됐다. 블록은 “허드가 해외 출장을 가지 않으려 한다”고 불평을 털어 놓으며 “빌어먹을, 내가 전 세계를 담당하는 사장이 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오라클에는 “허드와 나, 두 사람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없다”고 쓰기도 했다. 그 부분만큼은 블록의 말이 맞았다. 그는 메시지가 공개된 직후, 2012년 회사를 떠났다. 그 후 그는 경쟁업체 세일즈포스닷컴 Salesforce.com의 사장으로 옮겼고, 인력들을 오라클로부터 대거 영입했다.

허드는 사업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무척 승부욕이 강하다. 2013년 그는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인근의 엘리슨 소유 골프장에서 열린 판매 관련 모임에 땀을 뚝뚝 흘리며 나타난 적이 있었다. 그는 고객들과 오라클의 다른 임원들에게 “곧 참가하게 될 경기준비를 위해 프로 테니스 선수와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경쟁업체에서 일하는 판매 담당임원은 “그에게 뛰어난 사업적 본능이 없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뭔가에 언짢은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람들은 그의 업무 방식보단 목적 의식에 동조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에서 가장 유명한 세 명의 최고위 임원진-엘리슨, 허드, 캐츠-에 대한 세인들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대하고 만만치 않은 회사의 기술적 전환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은 사장 토머스 쿠리안 Thomas Kurian이 지고 있다. 쿠리안은 상대적으로 젊고 지명도도 아직 낮다. 직원들은 거의 20년간 오라클에서만 일해온 올해 48세의 그를 존경하고 있다. 그는 현직 임원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이다. 깐깐한 워커홀릭인 이 관리자는 개인미팅을 작게는 10분 단위로까지 끊어 스케줄을 관리한다. 허드와 캐츠가 공동 CEO에 오른 직후 사장으로 승진한 쿠리안은 엘리슨이 회사 안팎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기술 고문으로도 알려져 있다. 오라클의 한 고위 임원은 “그는 래리를 가장 많이 빼 닮은, 회사 내에서 아주 중요한 두뇌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지금 쿠리안의 당면 과제는 유료가입 소프트웨어로의 전환 과정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다. 고객들이 직접 개인 서버에 설치하는 전통적 의미의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인터넷으로 전달되고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있는 ‘쓴 만큼 돈을 내는’ 사업까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듯이, 오라클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엘리슨은 1990년대 말 이미 시대를 앞서 갔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가 “네트워크 컴퓨터”라고 명명한 기술이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것 뿐이었다. 엘리슨의 구상에 비해, 당시 인터넷은 많이 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차세대기업들이 그가 제시한 경향에 초점을 맞추도록 도움을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제품들을 방치하고 말았다. 오라클 고위 임원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제조사 SAS 인스티튜트 SAS Institute의 사장인 안드레 보이스버트 Andre Boisvert도 “래리는 클라우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네트워크 컴퓨터 때문에 큰 낭패를 겪었다. 시장이 자신을 기다려 줄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러지 않았다. 그 후 래리는 ’어제 당신에게 한 말은 잊어라‘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쿠리안-속삭이는 것보다 조금 큰 소리로 말하는 그는 오라클 회장을 “미스터 엘리슨”이라 부른다-은 거의 10년 전에 모든 제품들을 혁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는 “제품 개발을 시작한 2006~2007년 당시, 클라우드가 지금처럼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누군가는 그 중요성을 생각했다. 워크데이 Workday와 아마존 웹 서비스 Amazon Web Service 같은 경쟁사들이 유료가입 기반 고객들-특히 비용에 민감한 소기업들-을 훨씬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제품을 첫 출시한 때는 2012년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계속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쿠리안은 “현재 하루 평균 6,200만 명의 사람들이 로그인하고 있고, 다양한 목적을 위해 우리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가입기반 소프트웨어가 회사의 총 매출 38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하지만 오라클이 가장 공개적으로 청사진을 밝히는 분야인데다, 사내에서도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다. 쿠리안은 주 3회,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제품 개발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그는 “엘리슨도 회사에 있을 땐 대부분 회의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홍보전략은 고전적인 패키지 거래 방식이다. ‘각기 다른 판매업체에서 구색만 맞춰 이것저것 구매하지 말고, 일괄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라’는 전략이다. 사실 이 전략은 오라클이 과거 인수합병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 산업을 공고히 했을 때, 성공적으로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그 같은 방식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SAP에 대해 심도 있는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 비니 미르찬다니 Vinnie Mirchandani는 “오라클은 클라우드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능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들 모두가 다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그 중 몇몇 기능들은 최고 제품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오라클이 가장 광범위한 기능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지적했다.

오라클은 지난 4월 30일, 소수의 언론인들을 사무실로 초청해 ‘ 최초의 미디어 데이’ 라고 명명한 행사를 진행했다. 회사 제품들보단 창업자의 요트타기와 여자 친구들, 그리고 부동산 구매 같은 행적들이 더 큰 관심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오라클의 새로운 열린 자세를 보여준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 엘리슨을 제외한 회사 최고 3인방이 발표를 했다. 엘리슨의 자리를 노리는 최고위층 경쟁자들을 직접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엘리슨은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언급 외에는 은퇴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론과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던 캐츠(53)는 엘리슨(70)이 회사를 떠날 때, 자신도 회사에 계속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가 그의 멋진 차를 타고 떠날 때, 나는 아마도 그 조수석에 동승할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이 확인해 준 바에 따르면, 캐츠는 단독으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사실 캐츠가 허드와 나란히 승진을 하는 구상도 그녀의 중추적 역할을 인정한 허드의 제안에서 나왔다. 또 회사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쿠리안이 최고 자리에 오르고 싶은 야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통한 소식통은 “그는 허드와 캐츠의 시대가 막을 내릴 때, 그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확약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허드가 오라클의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물론 엘리슨이 자리를 물려준다는 가정 하에서다). 회사 합류 후 처음 몇 년간 상대적으로 저자세를 유지한 허드는 최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CNBC에 출연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재임 중에 회사 주가가 두 배나 오른 사실을 강조했다). 허드는 언론 인터뷰도 자주 갖고 있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외 연설도 곧잘 하고 있다.

그의 공개 발언들은 주로 현재 오라클이 처한 복잡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엘리슨의 지도력과 비전에 대한 아부성 찬사도 잊지 않고 있다. 업계 권위자 마크 앤더슨 Mark Anderson이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허드는 HP에서 일할 때 알게 됐던 스티브 잡스 Steve Jobs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번은 스티브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이 하는 일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가야만 하는 일이 싫다. 당신은 고객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그들이 때론 저속한 말도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전혀 즐겁지 않다. 내 경우는 고객들이 나를 보려고 온다.’” 여기서 허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진짜 힘든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보스턴 칼리지 경영학부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 생존이냐 번영이냐? 어떻게 사업을 현대화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허드가 선호하는 몇몇 홍보 수단이 있다. 이번 기사 관련 인터뷰를 취소했던 허드는 지난 5월 초 번팅을 통해 인터뷰를 하겠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예정된 날짜가 다가오자, 그는 회사 법률자문 위원회의 지침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취소를 요청했다. 번팅은 회사의 재무결산 발표와 관련한 ‘침묵 기간(quiet period)’ *역주: 증권사 등 금융사가 SEC에 유가증권 발행 사실 및 내용을 등록할 때, 해당 인수단에 참여한 회사들이 그 유가증권에 대한 광고나 판촉 등을 못하도록 규정한 기간 때문에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금지 지침은 사장 쿠리안에겐 분명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똑같은 ‘침묵 기간’에도 회사의 승인을 받고 포춘과 인터뷰를 했다(쿠리안 역시 재정 관련 문제들은 얘기할 수 없었다). 허드는 번팅을 통해 ‘ 침묵 기간’ 이후, 그리고 포춘의 발행 마감일 이후 인터뷰를 하겠다고 세 번째 제안을 해왔다.

기사가 실린 이번 호가 발행됐을 시점에, 그는 낸터킷 콘퍼런스 Nantucket Conference라 불리는 기술관련 행사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arvard Business Review 편집장과 ‘노변 대담 (fireside chat)’을 할 계획이었다. 뉴스 매체들도 참여하는 그 행사는 오라클의 2015 회계연도 결산보고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열릴 예정이었다.

현재 아무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더라도 그에겐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단독 CEO에 오르기 위해 허드가 직면해야 하는 한 가지 큰 장애물은 오라클은 항상 기술 분야 전문가에 의해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NCR시절부터 오랜 동안 그를 잘 알고 있고, 오라클에서도 중역으로 일한 바 있는 보이스버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마크는 훌륭한 경영자다. 그는 그 많은 숫자들을 분석하고, 일이 진행되는 상황을 잘 이해하는 아주 특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당신이 그에게 제품 하나를 준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그 제품을 어떻게 배치해서 판매할지 잘 안다. 그러나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업계 판도를 바꿔 놓을 제품을 구상하지는 못한다.”

‘래리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는 수년간 계속 거론돼온 주제다. 오라클의 승계 계획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과거 후보자들은 오라클의 임원실이라는 소위 ‘버뮤다 삼각지대’ *역주: 최고위층에 진입하면 어느 순간 무대에서 사라진다는 의미에 빠져들었다”고 묘사했다. 이들이 승계에 실패한 이유는 엘리슨보다 자신들의 스타 기질을 더 빛나게 한 탓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라클에서 수 년간 일했던 한 인사는 “래리는 용인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상황을 즐긴다”고 말했다.

어찌 됐건 허드는 현재 정상에 서 있다. 엘리슨은 그의 지도력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허드를 공동 CEO로 승진 시킨 건 그를 대표로 영입하려는 경쟁업체들의 시도를 막아내기 위한 방책”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기준으로 보면, 허드는 다른 대기업 CEO들에 비해 직접 관장하는 사업분야가 적은 편이다. 그의 직속 직원은 9만 5.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허드는 (캐츠가 총괄하는)재정, 법률, 인사 문제나 (쿠리안이 총괄하는)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과 권한이 없다. 그는 업계 초창기 인물 중 한 사람, 그것도 변덕스러운 성향을 지닌 인물(엘리슨)의 비위를 맞추면서 복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드는 분명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라클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계속 도전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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