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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1년] 정부.공공부문 이렇게 변해야 산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은 정부에 있다는 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지난 9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평가한 우리 정부의 효율성은 46개국중 44위, 정부개입정도는 가장 심한 46위로 나타났다.정부부문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각 부문에서 추진된 강도높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일 먼저 퇴출돼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은 금융·기업부문 등 다른 부문에 비해 별반 진행된 것이 없다는 평가다.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공부문의 중심에 서있는 정부조직에는 직접 손을 대지못한 채 공기업, 출연·보조기관 등 정부 산하단체와 청원경찰, 기능직 공무원 등에 대한 구조조정에만 열을 올려 변죽만 올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에 대한 개혁작업조차도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산하단체간에 그동안 쌓여온 많은 이해관계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산하단체이다 보니 「눈에 밟히는」 선배들도 많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정부에 대한 개혁작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공무원사회에 책임지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어떤 자리에 있건 그 자리를 떠나면 당시의 정책에 대한 실패여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외환위기 문제도 그렇고 어마어마한 예산을 낭비한 경부고속철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책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는 구두선에 그치고 지금과 같은 풍토에서는 복지부동(腹地不動)만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번 공무원이 되면 평생이 보장되는 현행 공무원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어떠한 제도로도 이를 시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들어 민간전문가들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폭을 넓히고 내년부터는 3급이상 고위간부에 대해 연봉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늦게나마 바람직한 일이다. 「철밥통」이라는 기존사고에서 탈피해 능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다. 계약직 공무원 채용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를 걷고 있지만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인사관행과 성과보다는 투입과 통제를 중시하는 기존 행정체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공무원직을 출세와 권력·명예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해온 과거 사고행태를 퇴출시키고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일하는 「국민의 머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공병호(孔柄浩)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부기능은 앞으로 정책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웃소싱하거나 민간에게 위탁해야 한다』고 정부 개혁방향을 제시했다. 또 『지난 70년대 고성장시대에 맞게 설계된 칸막이식 정부조직은 통폐합작업을 통해 축소, 정책의 통합조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정부는 핵심부문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지방정부나 책임행정경영기관으로, 각종 산하단체와 공기업은 민영화를 통해 민간부문으로 이양해야 한다. 기획예산위가 공공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의 50%이상에서 40%대로 끌어내리겠다고 하지만 보다 과감한 정부부문의 감축이 필요하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정부개혁은 그저 민간부문과 보조를 맞추는 개혁으로는 불충분하다. 새정부의 경제청사진을 담은 「DJ노믹스-국민과 함께 내일은 연다」라는 책자에는 『우리경제의 구조개혁은 공공부문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정부부문부터 개혁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고 정부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계식(李啓植) 기획예산위원회 정부개혁실장은 『정부가 가치행정, 감동행정, 경쟁행정을 펼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존재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고에 들어온 세금이 민간으로 나가는 재정지출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치행정, 서비스가 국민을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국민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감동행정,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경쟁행정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경영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같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운영의 성과에 대해 국민이 알고 평가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투명한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돼야 할 것이 있다면 정치권과의 담합적 유착 고리를 끊는 것이다. 정부가 정치권 입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소신있게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정부개혁과 병행해 추진해야 하겠지만 아직 정치권이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이는데는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정치권과 유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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