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FORTUNE KOREA 500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해 지주회사 거듭나 2020년 매출 60조 거대기업 도약

건설, 상사, 레저·식음료, 패션, 바이오 사업 시너지 기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법인인 통합 삼성물산이 9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액 60조원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더해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면 가능하다는 것이 삼성물산의 계산이다. 이제 갓 발걸음을 뗀 삼성물산의 미래를 논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앞으로 삼성물산이 커다란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통합 삼성물산(이하 삼성물산)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총자산 34조원을 웃도는 거대 기업이 됐다. 더 나아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맡았다. 삼성물산 사업부문은 건설과 상사, 레저·식음료, 패션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삼성물산은 당분간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최치훈 사장이 건설부문을 총괄하고 김신 사장이 상사부문, 윤주화 사장은 패션부문, 김봉영 사장은 레저·식음료 부문의 대표를 맡았다. 이사회 의장은 거대 지주회사 탄생의 일등공신인 최치훈 사장이 맡았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액 60조원과 영업이익 4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건설, 상사, 패션, 레저·식음료 부문에 더해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큰 숙제를 안았다.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부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인 만큼 단기간에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첫 번째 숙제다. 주주가치 제고와 신성장 동력 확보 같은 난제들도 있다.


5년 내 회사 규모 2배로 성장 계획
2020년 매출액 60조 원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 부문은 건설, 상사, 패션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전체 매출액 28조4,455억 원)의 건설부문 매출액은 14조8,735억 원이었다.

업계 1위 현대건설(17조3,870억 원)에 미치지 못한 규모였다. 그러나 합병에 따라 과거 제일모직의 조경·에너지절감 등 건설부문 실적이 더해지면서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16조2,000억 원으로 현대건설을 바짝 뒤쫓게 됐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건설사업과 건설·리조트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삼성물산은 건축·토목·플랜트·주택, 제일모직은 조경디자인·에너지절감 등에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존 각 건설부문이 가지고 있던 특화된 분야를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즉, 옛 삼성물산이 가진 초고층·하이테크 건축, 토목· 플랜트분야와 제일모직의 조경· 에너지절감 등을 통합해 국내외 시장에서 시너지를 가시적으로 내놓는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6조 2,000억 원이던 매출을 2020년 23조 6,000억 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상사 부문은 지난해 13조 6,000억 원이던 매출을 2020년까지 19조 6,000억 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핵심은 11조 3,000억 원이던 화학, 철강, 자원 부문 매출을 15조 7,000억 원으로 끌어 올리는 데 있다. 패션 부문 매출은 10조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1조 5,000억 원인 일반 의류 부문을 4조 4,000억원으로 키우고, SPA 부문과 스포츠 부문을 각각 3조 원과 2조 3,000억 원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처럼 커다란 목표를 설정해 놓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하진 않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규 먹거리 또한 발굴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꼽고 있다. 삼성물산은 통합 후 바이오 분야의 2020년 매출액 목표를 1조 8,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바이오 분야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바이오의약품(동물세포 등을 키워 이들에게서 의약품을 얻어낸 것)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갖고 있던 제일모직과 4.9%를 갖고 있던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9월 초 관절염 치료제인 ‘브렌시스’의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삼성이 만든 첫 번째 바이오의약품이 승인을 받으면서 4년 만에 결실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물산은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 개발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서다
삼성물산의 기대와 달리 대내외적인 환경은 그리 녹록지않다. 특히 건설부문의 경우 최근 수년간 국내 건설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냈고 올해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물산이 내세운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이 분명히 존재한다. 옛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사업이 적잖이 겹친다.

현재 삼성물산의 직원수는 총 1만2,500여명이다(제일모직 4,300여명, 삼성물산 8,200여명). 이 중 건설부문은 제일모직 1,184명, 삼성물산 7,270명으로 중복 부문이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제일모직의 리조트 건설과 삼성물산의 토목건설은 중복되는 분야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1조 9,000억 원에 불과한 패션 부문 매출을 10조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2020년 매출 60조 원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물리적 합병 이후 화학적 시너지를 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삼성물산은 9월 1일 합병법인 출범 직후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상위 두 번째에 해당하는 ‘AA+’신용등급을 받았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삼성생명(19.3%), 삼성전자(4.1%)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중요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건설, 상사, 패션, 레저·식음료, 바이오 등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갖춘 데다 국내 시공능력 평가 순위 1위 건설사로 높은 수주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초우량 신용등급인 ‘AA+’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삼성물산을 바라보는 호의적인 시선은 주가에서도 나타난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통합 후 재상장된 9월 15일 주가는 16만3,00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2.84% 오른 가격이었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는 24만~30만 원 수준이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물산의 신성장 사업인 바이오 부문과 건설·부동산 개발 부문은 국내 동종업계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우위를 지닌 만큼 향후 높은 성장성이 예상된다”며 “특히 삼성그룹이 지배구조의 중심에 놓여 있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계속 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인 투자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바이오 사업에 중점을 두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고 공표한 점이 기대를 키우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바이오라는 점이 부각,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숱한 풍파를 겪었다. 합병 배경과 주식 교환 비율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이로 인해 미국계 헤지펀드와 표 대결까지 벌여야 했다. 삼성물산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소통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 기관인 거버넌스위원회에 외부 전문가 3명과 사외이사 3명의 선임을 마친 상태다. 외부 전문가 3명은 사내외 이사진들의 추천과 검토를 통해 선임이 이뤄졌다. 삼성물산의 거버넌스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통합 추진 당시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만들어진 위원회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9월 2일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열린 통합 삼성물산 출범식에서 “시장과 주주들에게 약속한 시너지와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통합에 찬성표를 던진 주주들에게 높아진 기업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결국 삼성물산 각 사업부문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상승효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삼성물산이 5년 내회사 규모를 지금의 두 배로 키우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