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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나라 잔치'에 그친 서울패션위크를 아시아에서 가장 위상 높은 패션 이벤트로 키우겠습니다. 서울시 예산에만 목매지 않고 해외 유명 패션위크처럼 한국에서 외화를 벌어가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등 상업적인 면도 고려하며 자생력을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20일 서울 신당동 유어스빌딩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위촉식에서 정구호(53) 감독은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샤넬·루이비통 등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가 서울에서 글로벌 행사를 개최하는 등 서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 도시로 떠오른 지금이 서울패션위크의 위상을 높여나갈 적기로 판단된다"며 "공격적인 해외홍보와 트레이드 쇼 발전, 패션 아카이브 구축 등 세 가지를 골자로 서울패션위크를 아시아 최고의 패션 행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서울패션위크의 첫 총감독으로 위촉, 2년간 기획 및 운영과 총괄을 맡게 된다. 지난 2000년 서울컬렉션으로 시작한 서울패션위크가 총감독 체제로 진행되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정 감독이 2013년 제일모직 전무에서 물러난 뒤 국립무용단 창작무용 '묵향'을 연출하는 등 문화·예술 부문에서 활약하다 다시 본가 격인 패션업계로 돌아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 감독이 총지휘하는 첫 서울패션위크는 오는 10월16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된다.
정 감독은 "서울패션위크가 그간 기업대기업(B2B)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전문적인 이벤트임에도 규모 확장 과정에서 행사의 본질이 희석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내년 봄·여름 컬렉션부터는 아시아 컬렉션 기관과 협업하고 서울패션위크 일정을 조율해 해외 주력 매체와 바이어가 더 많이 방문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국 디자이너를 알리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트레이드(거래)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패션위크를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 행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현재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시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50억원대의 지원을 받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약 27억원으로 행사를 꾸려나가야 한다.
정 감독은 "서울패션위크도 해외 컬렉션과 같이 상업적으로 적극적인 간접광고(PPL)와 광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점차 서울시로부터 재정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력을 키워가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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