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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이 배임죄 공포에 떨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배임죄로 구속된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기업인의 배임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은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인이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연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경영행위에 대해 법 잣대를 마구 들이대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고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업의 복잡한 경영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배임죄 판단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나 거래를 할 경우 위험부담은 필수적인데 이를 무시하고 배임죄를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배임죄 성립이 제일 쉬워=11일 경제계 및 학계에 따르면 배임죄는 독일과 일본 등에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배임죄 구성요건이 광범위해 가장 쉽게 배임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배임죄 주체를 '법률 또는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혹은 신임관계'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도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배임죄가 성립하고 미국은 배임죄 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들의 배임죄 적용 핵심은 신중하고 성실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정이 사후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나더라도 경영상 판단이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이 같은 선례들은 판례로 굳혀져 있다. 이 이면에는 최고경영자(CEO)는 항시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작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배임죄 적용은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규정돼 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경우 배임죄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어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 있으면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의미다.
국내 법무법인 관계자는 "한국의 배임죄는 불명확한 배임죄 구성요건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기소하기 위해 법규를 무리하게 확대 해석하다 보니 배임죄의 무죄 선고율은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평균 5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영판단 원칙으로 배임죄 처벌 최소화해야=전문가들은 기업인들이 배임죄의 공포에서 벗어나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상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경제법학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기업인들이 배임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상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하고 적법절차에 따른 경영판단 행위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처벌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으로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파괴시켜 국가 경제에도 많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불명확한 배임죄 구성요건을 보완하고 기업인의 배임죄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미국 판례법상의 원칙으로 회사의 이사나 임원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경우 비록 그 판단이 후일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이 됐더라도 이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독일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주식법에 명문으로 규정했으며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구체적인 상법 개정안으로 상법 제3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에는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삽입해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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