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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역설

수시입출금상품 금리 1%대로 추락해도 돈 몰려…

자산가 "마땅한 투자처 없어"… 금리 1% 불구 잔액 보유량 쑥

시중銀 "단기 부동자금 잡자"… 다이렉트 상품 재정비 나서


지난해 2~3%대 금리로 인기몰이를 했던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다이렉트' 상품 금리가 최근 모두 1%대로 떨어졌지만 잔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갈 곳을 잃은 고액자산가의 자산이 일단 이 상품에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은 고액자산가의 단기 부동자금을 잡기 위해 이와 유사한 수시입출금식 상품 등을 강화하고 있다. 적어도 1년은 묶어놓아야 하는 정기예금이 자산가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방법이 마땅치 않은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지난달 12일부로 'JB다이렉트 입출금통장'의 금리를 연 2%에서 1.9%로 낮췄다. 한때 연 2%대 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저금리 기조를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이 은행은 JB다이렉트 입출금통장뿐만 아니라 JB다이렉트 예·적금 금리 또한 각각 10bp(1bp=0.01%포인트)가량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2%를 웃돌았던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수시입출금통장 'KDB 하이입출금통장(옛 KDB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 금리 역시 이달 현재 연 1.85%로 이미 1%대로 내려앉았다. 이 은행은 지난달 연 2.4%였던 KDB 하이정기예금(1년) 금리도 잇따라 0.1%포인트 낮췄다.

이렇게 다이렉트 상품의 금리가 연 1%대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이탈은커녕 오히려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액자산가들은 자산 분배를 다방면에 걸쳐 하고 있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유휴 자금을 수시입출금 상품에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JB다이렉트는 지난해 2월 기준 3,286억원이었던 잔액 규모가 1년 새 9,427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 사이 수시입출금, 예·적금 금리는 각각 60bp 하락했다.

산업은행 KDB 하이뱅킹(수시입출금, 1년 정기예금 포함) 잔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8조2,734억원으로 1년간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1년 전 이 상품의 금리가 2.25%(수시입출금), 2.9%(1년 정기예금)로 그동안 각각 40bp, 50bp 낮아졌음을 감안하면 자금 이탈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수시입출금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중은행은 관련 상품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예치금이 1억원이 넘으면 연 2%대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통장인 '참 착한 통장플러스'를 출시했다. 지점방문이 필요없는 다이렉트 상품은 아니지만 철저히 고액자산가의 단기 부동자금을 겨냥한 상품인 셈이다. 잔액별 금리는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연 2%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 연 2.10%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2.15% △10억원 이상 2.20%다. 예치금이 1억원 미만이면 금리는 연 0.1%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도 수시입출금 상품을 통한 부동자금 잡기에 나섰다.

웰컴저축은행은 2일부터 연 2%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상품인 '웰컴 플러스 통장'을 선보인다. 50만원 초과 잔액에 대해서는 2%의 우대금리를, 그 밑으로는 보통예금 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저축은행도 지난해 기간에 따라 연 2.4~2.6%의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상품을 선보였고 OSB저축은행의 수시입출금 상품 'e-보통예금'은 현재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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