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계청 데이터 기반하는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한계
분기마다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 정보 누적땐 부채 추이도 한눈에
세계 최고 수준 DB 내년초 완성… 분석 결과따라 정책 수정 불가피
'112만가구.'
한국은행이 지목한 가계부채 위험 가구 수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가계부실위험지수(HDRI)'를 개발, 이 같은 결론을 냈다. 한은이 관련 지수까지 개발해 내놓은 분석에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가"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한은의 분석에는 약점이 있었다. 기초 자료가 1년도 전인 지난해 3월 실시된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였다. 설문조사에 의한 것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부채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추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텐데 정밀 분석할 방법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국회의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내년 초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가 완성되면 이런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DB에 실제 금융기관 및 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차주별 소득 정보가 담기기 때문이다. 특히 DB는 분기마다 자동으로 업데이트돼 3월에 조사해 11월에 결과를 발표하는 통계청의 가금복 조사보다 속보성도 뛰어나다. 가금복 조사는 지난 2010년부터 실시돼 시계열이 짧지만 앞으로 DB에 정보가 누적되면 개인의 부채 및 소득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DB에 요구되는 정확성과 속보성·추적성 등 세 박자를 모두 갖추게 되는 셈. 실제로 이런 수준의 DB는 다른 나라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160%가 넘어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스웨덴이나 미국 정도만이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가계부채 DB를 구축하고 있을 뿐이다.
법안이 올 하반기 통과된다고 가정하면 내년 초부터는 새 DB 구축이 가능하다. 이 경우 경제 정책도 이전보다 과감하고 정교하게 수립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현재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의 70%가 소득상위 40% 계층에 몰려 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 부동산 규제정책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은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명이 나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라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한편에서는 긴축적 통화정책은 저성장을 심화시키는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압력이 나올 게 뻔하다. 정책 수단은 기준금리밖에 없는데 금융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상반된 정책목표를 수행해야 하는 한은의 딜레마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개인의 부채만 포함된 '반쪽짜리' 가계부채 DB 분석 결과는 8월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7월 통계청으로부터 통계 승인을 얻어 8월께 분석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라며 "기본정보는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코스)에도 수록해 경제연구소 등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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