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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뉴 빅뱅] <1부> 요동치는 자본시장 ④ 펀드 'again 2005'

파이 커지는 펀드시장… 올 화려한 부활 꿈꾼다<br>올초 9개월만에 순유입 기록<br>원금 회복·수익 낸 펀드자금 등 증시 상승세 확인 재투자 나설듯<br>목표전환형·원자재·압축펀드 등 고객 입맛 맞는 상품개발도 활발



직장인 박모(30)씨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한 달에 70만원씩 3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1개와 해외 주식형 펀드 2개 등 총 3개의 상품에 적립식으로 투자했다. 펀드 만기인 2월 판매 은행에서 알려온 박씨의 투자 성적표는 수익률 25%. 박씨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자문형 랩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른 투자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민했지만 결국 지난 3년간 투자했던 상품에 월 적립 금액을 90만원으로 올려 1년간 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한때 펀드 수익률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장기 투자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꾸준히 돈을 넣어 결국 25%의 수익을 올렸다"며 "적립식 펀드의 성과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 관리가 잘 된다는 생각에 재가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펀드시장에 서서히 온기가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국내 주식형 펀드에 1조7,912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며 2010년 5월 이후 9개월 만에 '순유입'을 기록했다. 3월에는 29일까지 총 737억원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졌지만 중동 정정불안과 일본 대지진 등 해외 악재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자산운용업계는 이 같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회귀조짐을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국내 펀드시장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자산운용업계도 고객에 적합한 다양한 상품 출시 등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펀드 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졌던 2004~2005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펀드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00년 이후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 사실이다. 200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적립식 펀드인 '3억 만들기 펀드'가 은행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국내 펀드시장은 장기 분산투자의 기틀이 마련됐다. 외형 면에서 국내 펀드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4년 말 187조원이었던 국내 펀드의 설정잔액은 3월29일 현재 303조원으로 늘었고 순자산총액도 2004년 말 190조에서 현재 304조원까지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체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주식형 펀드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전체 펀드 설정액 중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2004년 말 4.6%에 불과했지만 현재 33.61%까지 올라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적립식투자 금액도 2005년 말 14조원에서 2010년 6월 말 기준 64조원으로, 비중은 같은 기간 7.6%에서 19.6%까지 증가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대 들어 간접투자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전세계로 확산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순자산총액 증가는 정체되고 있지만 규모가 크게 성장했고 국제화도 진전되는 등 시장의 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은 국내 펀드시장이 재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은 대부분 청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강한 상승세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했거나 수익을 낸 펀드자금을 결국 펀드로 재투자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은 "절대금리가 낮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들어올 곳은 펀드시장밖에 없다"며 "자산운용사들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변화를 추구하고 자신만의 특화된 강점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이 자산관리시장의 경쟁자로 부각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에 만족을 줄 수 있는 신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각 자산운용사의 대표 주식형 펀드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목표전환형펀드ㆍ분할매수펀드ㆍ압축포트폴리오펀드 등 다양한 펀드 상품군을 통해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딤섬펀드, 원자재ㆍ곡물 상장지수펀드(ETF), 미국투자 레버리지펀드 등이 새롭게 출시됐다.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개발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을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금리에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상품 다변화에 한몫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회사들의 주력 상품이 정통 주식형 펀드에서 헤지펀드로 급격히 이동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하락장에서도 일정 수익을 내는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실제 헤지펀드 전략을 쓰는 글로벌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한국투자글로벌오퍼튜니티펀드'가 출시됐다. 안능섭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컨설팅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펀드 상품을 출시해 2,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금융자산을 펀드시장으로 끌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국의 2009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운용시장 규모가 싱가포르(473.9%), 아일랜드(305.4%), 호주(118.1%) 등 선진시장에 한참 못 미치는 28.5%에 불과해 상승 여력이 많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자금이 펀드로 꾸준히 유입되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울 것이라는 예상도 국내 펀드시장의 전망이 밝은 이유 중 하나다. 이중길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지원부장은 "퇴직연금 30조원 중 펀드 투자금이 1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퇴직연금 도입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진 사례를 고려하면 국내 시장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파이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펀드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결국 수익률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운용을 잘해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화된 자산운용사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밖에 사모펀드 규제 완화, 규율체계 단순화, 효율적 경쟁규율 확립, 가계자산의 펀드시장 유도, 국민연금의 외부위탁운용 확대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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