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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은은 '방관자' 체질

「한국은행은 방관자 체질인가」경제청문회가 진행되면서 한국은행에 대해 곱지않은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단 한마디로 압축된다. 「한은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구 재경원에 몽땅 떠넘겼다. 한은의 방관자적 태도는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한국은행 기관검사에서 또다른 형태로 표출됐다. 이날 전철환(全哲煥) 한은총재는 경험 부족 탓인지 의원들의 질의와 추궁에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全총재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뒤로 돌리곤 했다. 배석한 간부들에게 응원을 요청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全총재가 자신있게 답변한 것은 「모른다」는 말 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답답하고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국민들에겐 한은총재가 준비가 덜 된 채 청문회장에 선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문제는 반드시 全총재에만 있지 않다. 좁게 보면 배석한 한은 간부들의 자세가 문제고 더 거슬러 한은의 「방관주의」풍토와도 관련이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환란 당시 강단에 있던 대학교수 출신의 총재가 청문회에 불려나가 진땀을 흘리는 데도, 한은 간부들은 누구하나 답변을 거든 사람이 없었다. 중앙은행 총재의 권위가 마구 흔들리는 순간에 한은 간부들은 먼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환란 과정의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을 그들이 청문회에선 총재 뒤에 웅크려 앉아 입을 봉하고 있었다. 한은 직원들은 틈만 나면 중앙은행의 위상을 강조한다. 클린턴 대통령과 설전을 불사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FRB 직원들의 조직적 뒷받침없이 그린스펀의 권위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한은의 주장대로 환란 책임은 재경부와 정치권에 있는 지 모른다. 그러나 총재는 곤욕을 치르는데 간부들은 나몰라라하는 청문회 광경을 보면서 한은이 지난해 환란 과정에서도 철저한 방관자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권홍우 정경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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