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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황금비율 찾아라] <4> 숨고르기 필요한 온실가스 정책

과도한 감축 땐 경제발목… 산업경쟁력부터 고려해야<br>교토의정서 유명무실… 나라마다 파워게임<br>한국 30% 감축목표 비용부담 커 실현 불가능<br>선도국 역할보다 수요정책 방향 제시 급선무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UN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연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코펜하겐 회의는 2020년까지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방안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경제DB


온실가스 감축 협상은 자국의 산업을 둘러싼 파워게임이다.

감축 목표를 놓고 모든 나라가 장막 뒤에 숨었다. 과도한 감축 목표를 할당 받는 것을 두려워한 탓이다. 배출권거래제 혹은 기술개발 등의 감축 방식에 대한 갈등 역시 첨예하다. 탄소금융이 발달한 영국 등 유럽연합(EU)은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방식을 선호하지만 기술이 발달한 일본 등은 반대한다. 그들은 "배출권거래제 자체가 오염배출을 공식화하는 것"이라면서 기술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근본해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립의 근저에는 자국의 산업을 더 키우려는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

◇파워게임 양상 치닫는 온실가스 감축=온실가스 배출국 1, 2위인 미국, 중국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자국 산업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다는 점이 가장 컸다. 그러던 미중이 최근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슈퍼 온실가스'로 불리는 수소화불화탄소(HFC) 생산 및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원론적인 차원이지만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 미중이 손을 잡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은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감축 협상이 진행될 때 항상 대립해왔던 국가다. 결국 온실가스는 감축하되 최대한 자국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의미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세계 각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도록 하는 구속력을 가진 유일한 조약이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유명무실하다. 배출량 세계 1위와 3위인 중국ㆍ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를 지지 않는다. 세계 2위인 미국은 2001년부터 교토의정서에서 빠져 있고 4, 5위인 러시아와 일본은 2차 공약기간(2013~2020년)에는 교토의정서에서 빠지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2차 공약기간에 의무감축국으로 참여하겠다는 29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 합쳐도 15%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표로 협상에 참여했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협상장에 가보면 공개석상과 달리 각국은 뒤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도적 온실가스 감축?…경제 발목 우려='저탄소 녹색성장'을 핵심기조로 삼았던 MB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전세계 선도자 역할을 자처했다. 청와대 내에 설치된 녹색성장위원회가 이에 대한 정부 내 논의를 주도했으며 강력한 수준의 규제 및 감축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당시 만들어진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는 것. 이는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세 가지 감축 시나리오(21% 감축, 27% 감축, 30% 감축)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5년부터 EU와 뉴질랜드만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12기나 더 짓기로 했고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장밋빛 목표는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추가 건설을 통해 화석 연료를 대체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각종 원전 사고에 휘말려 이미 불가능한 목표가 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추격자 수준에 그쳐야=전세계 국가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와 관련, 우리나라가 선도자 역할을 자처해야 하는 것인지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내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현재로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분석'에 따르면 2020년까지 경제적 비용을 고려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은 16.3%에 불과하다. 노동운 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30%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온실가스 감축이 범지구적인 환경 문제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제성장 및 산업활동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 높은 대외무역 의존도 등 산업구조가 선진국과 다르고 에너지 수입 비중도 100%에 가까워 애초부터 온실가스 문제를 선도할 입장이 못 된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원전 비중을 늘리려 했던 에너지 기본계획도 올해 말이면 수정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재계는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설정하고 에너지 수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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