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아이템 하나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
시장에 나오자마자 경쟁제품을 몰아내고 시장을 장악하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확보한 기업들의 주가가 승승장구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에 비해 주력 아이템이 많지 않은 중소형주일수록 히트 상품의 유무에 따라 실적과 주가 흐름이 좌우된다며 투자의 키포인트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라운제과(005740) 주가는 자회사인 해태제과가 지난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의 광풍에 힘입어 11월 이후 한 달 만에 24.3% 급등했다. 허니버터칩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하며 올해 식품업계의 대박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크라운제과는 지난달 한때 28만원을 넘어서면서 20여일간 주가상승률이 53%에 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킬러 콘텐츠의 힘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관련 업체의 주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아용 스마트 교육 서비스업체 유엔젤(072130)은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5,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고가를 경신한 유엔젤의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무려 83.6%에 달한다. 유엔젤 주가는 유아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뽀로로 전화'가 세계 주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신규 무료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완구업체 손오공(066910)의 경우 현대차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개발한 '헬로카봇' 시리즈가 품절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올 하반기 들어 60% 가까이 뛰어올랐다. 손오공은 헬로카봇의 인기에 힘입어 4·4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도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 히트를 치고 있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시리즈를 개발한 대원미디어(048910)의 하반기 주가상승률은 30.7%, 인기 캐릭터 '유후와 친구들'을 보유한 오로라(039830)의 같은 기간 주가상승률은 43.8%에 달했다.
게임의 흥행 여부가 실적과도 직결되는 게임주도 킬러 콘텐츠의 유무는 투자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게임빌(063080)은 지난달 18일 출시한 신작 게임 '다크어벤저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3주 만에 66.1%나 올랐다. 다크어벤저2가 출시 5일 만에 중국 내 게임 매출 50위권에 진입하고 한국(4위)과 대만(19위) 등에서도 인기를 끌자 하이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게임빌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모바일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123420)는 하반기 기대작 '라인 트리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이달 들어 27.9%나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라인 트리오는 태국(1위)과 대만(2위)·일본(3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라인 트리오의 흥행 성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선데이토즈의 목표주가를 기존 9,240원에서 3만1,000원으로 3배 이상 올려잡았다.
소속 배우나 제작 드라마의 인기에 큰 영향을 받는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역시 킬러 콘텐츠가 주가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피노키오'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제작사인 IHQ(003560)는 11월 이후 53.9%나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주연 배우 이종석의 소속사인 웰메이드(036260)도 덩달아 상승세다. 홍정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예기획사나 제작사는 소속 연예인이나 드라마가 곧 수익을 내는 자산인 만큼 흥행 여부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올해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를 거듭했지만 킬러 콘텐츠를 확보한 기업 주가는 크게 올랐다"며 "대형주에 비해 아이템 수가 적은 중소형주의 경우 하나만 대박이 나도 주가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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