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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指數놀음


최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값이 지난 2009년 6.0%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서도 1월 첫째주는 0.2%, 둘째주에 0.5%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셋값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강북의 웬만한 동네도 지난해 이맘때 보다 적게는 5,0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값 상승률이 6%밖에 안된다니 도대체 그 통계는 어떻게 산출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각종 지수 착시효과 경계해야 물가 관련 지수도 마찬가지다. 2일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라고 밝혔다. 그러나 30~40% 인상된 품목이 즐비한 장바구니 물가를 살펴보면 이 또한 믿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4일 이마트는 자사의 2월 생활가격지수가 지난해 2월에 비해 9.4% 올랐다고 밝혀 정부 발표를 미심쩍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마트관계자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이마트 생활가격 지수는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팔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지표"라며 "같은 품목으로 일반적인 소매점의 평균 통계를 내면 상승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의 착시효과가 어디 이뿐일까. 3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한번 살펴보자. 경기선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상승, 2009년 12월 이후 13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추세분을 뺀 경기 순환 지표)는 1.1포인트 올라 지난해 12월 0.3포인트 상승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1월에는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면서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ㆍ소비ㆍ투자 등의 지표가 고르게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민의 89%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했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하는 청년실업, 중소기업의 줄도산, 고령 인구의 빈곤문제 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을 뿐 개선되는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지수의 착시가 경제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북한 정세지수라는 것을 개발해 발표했다. 통일부의 북한 정세지수 개발은 ▲정치·외교 ▲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 4개 분야를 26개 세부 지표로 나눈 뒤 100여개 항목 이상을 지수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북한체제 전반의 '불안정 지수'는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의 '통제역량 지수'도 함께 높아져 북한이 당장 붕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매일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대충 말할 수 있는 내용을 당국이 의기양양하게 지수화해 발표한 것이 민망할 지경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은 물론 북한 내부의 갈등 상황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그 정세지수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 길은 없다. 신뢰할만한 일관된 기준 필요 정치든 경제든 아니면 다른 사회 분야든 수많은 지수가 저마다 유의미한 상황과 현상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논뚜렁 개구리들의 합창' 같은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만 들릴 뿐이다. 더구나 그들이 얘기하는 상황의 심각성과 객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계량할 방법조차 없다. 도처에 널려 발길에 채이는 그 수많은 지수의 신빙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국민은 궁금할 따름이다. 차라리 이 차제에 어느 똑똑한 학자나 기관이 나서 '지수를 산출하는데 소모되는 예산낭비 지수'나 '온갖 지수의 정확도를 검증하는 지수' 같은 걸 개발하면 국민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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