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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기업 넘어 공적 역할 고민해야"

소설가 이문열 수요 사장단회의 강연

한국식 자본주의·자유주의 건강하게 지키는 방안 모색

중간계층 지식인과 소통해 시민사회 진지전 선도 필요


소설가 이문열(사진)씨가 삼성그룹에 "사기업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선도자로서 공적 역할 수행에 힘써달라"고 15일 주문했다.

그는 이날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현실과 삼성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서 "삼성은 산업체로서의 생산의무 외에도 대한민국의 한 체제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본주의·자유주의 체제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삼성이 좌파 세력의 이론적 무기를 역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책임(CSR)을 다하는 차원을 벗어나 문화적 헤게모니(패권)를 형성하고 이끌어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작가는 삼성이 한국 사회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이끌기 위한 방법으로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시한 좌파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사회혁명이론인 기동전(機動戰)-진지전(陣地戰) 개념을 인용,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와 시민사회에서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참호 내 진지와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좌파적 시민사회가 활성화된 한국에서 이들의 이론적 주 무기인 진지전을 삼성이 활용해 고유의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는 삼성이 한국의 경제·사회·문화에 걸쳐 거의 모든 분야를 선도하며 확고한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경영진도 한국식 자본주의·자유주의를 유지하고 건강하게 지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시민사회에서 '진지' 역할을 하기 위해 중간 계층 지식인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작가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 공채 시험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삼성그룹의 하반기 채용 인적성검사(SSAT)에 역사 문제가 많이 나온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보다 지원자의 역사관과 가치관을 묻는 게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삼국지 평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으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 소설가로 지난 1999년 장편 대하소설 '변경'으로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성그룹이 주최하는 토크콘서트 '열정락서'에 강사로 나서고 올해 5월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삼성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헤게모니 장악해 혁명 달성
伊 그람시 주창 사회이론


◇기동전-진지전=이탈리아의 좌파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년)가 저서 '옥중수고'에서 주창한 사회 이론이다. 그는 러시아처럼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국가에서는 폭력으로 정권을 단숨에 탈취하는 기동전을 통한 혁명이 가능하지만 시민사회·자유주의가 발달한 서구사회는 기동전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신 그는 서구사회에서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배계급에 맞서 저항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는 유기적 지식인들이 정치·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지적·문화적·도덕적 헤게모니(패권)를 장악하는 투쟁을 벌이는 전략인 진지전이 혁명의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람시는 1921년 당시 이탈리아 공산당(PCI) 창당 멤버로 활동했으며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 치하에서 장기 수감돼 옥중수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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