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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람 잘 날 없는 미술계

요즘 미술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비자금 조성에 갤러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또 제기됐다. 지난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오리온그룹이다. 두 사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수상한 거래'의 의혹을 받아 곧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귀국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요절 작가 최욱경의 유작 '학동마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졸지에 이 작품은 예술성에 대한 평가보다 로비용 그림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고 작품 가격은 뇌물의 액수로 전락했다. 심지어 불법 대출에도 연루됐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 정지 중인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은행들이 대주주인 은행장 아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360여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나 갤러리 대표와 은행 임원 등 6명이 25일 불구속 입건됐다. 관련된 은행장과 아들은 중국과 한국에 파트너갤러리를 설립해 심사 없이 대출을 받았고 심지어 작품 평가액을 부풀려 이중ㆍ삼중으로 담보설정을 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직 큐레이터 신정아 씨가 낸 자전적 에세이도 연일 화제를 일으키며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한몫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술계 현장에서 뛰는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들은 나오느니 한숨 뿐이다. 종사자 일부의 행태지만 마치 미술계 전체가 비리의 온상인 양 비춰지기 때문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개울물을 흐린다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미술인들이 싸잡아 매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경제력에 기반한 국가 경쟁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려면 문화라는 소프트파워가 이를 지탱해줘야 한다. 세계 대전 후 강국으로 등극한 미국이나 오늘날 G2로 떠오른 중국이 예술에 대한 적극적 후원을 통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을 지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술계의 도덕성 회복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돈 가치와는 상관없이 작가 후원과 미술 발전을 위해 기꺼이 사비를 터는 비영리 전시 기획자나 순수하게 예술 자체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문화 선진화를 위해 쏟는 노력까지 평가절하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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