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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10만원 고액권 논란
입력1998-11-04 00:00:00
수정
1998.11.04 00:00:00
崔 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10만원 짜리 지폐 발행을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몇차례 있었던 일인데 아예 정형화된 사태의 전개과정이 있다.
고액권이 나온지 오래 되어 쓰기가 불편해지면 단위를 높이자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면 대뜸 고액권을 발행하면 인플레를 부추기고 검은 거래를 조장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서로 논점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안 난다.
얼마나 쓰기 불편한지 명확히 증명할 수도 없고 또 고액권을 내면 인플레가 일어나는지, 일어나면 어느 정도 폭인지 알 수도 없다.
또 검은 거래가 고액권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확실치 않은데도 고액권 하면 검은 거래를 연상한다. 10만원 짜리가 나오면 확실히 검은 거래엔 편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유명한 사과 상자에 1만원 짜리로는 1억원을 담을 수 있지만 10만원 짜리로는 10억원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고받기 불편하게 한다고 해서 뇌물 거래가 없어지는 것일까.
미국은 100달러 짜리(약 13만원), 독일은 1,000마르크 짜리(8만원), 일본은 1만엔 짜리(10만원)가 있지만 1만원 짜리밖에 없는 한국보다 뇌물거래가 더 활발한 것 같지 않다. 검은 거래는 화폐 단위보다 그 사회의 건강도에 더 좌우되는 것이다.
물론 1,000원짜리나 동전만을 쓰게 하면 검은 거래는 줄 것이다. 1억원을 갖다주려면 트럭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란 편리성을 더 생각해야 한다. 확실히 1만원 짜리로는 경제 거래에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10만원 짜리 은행수표다.
은행 정액 수표를 한국같이 지폐 대신 쓰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한해에 약 9억만장이 발행되어 전체 수표 발행의 77%나 된다. 그 만큼 화폐거래에 있어 10만원 짜리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0만원 짜리 수표가 있기 때문에 고액권 지폐를 발행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10만원 짜리 수표를 대신 쓰는 비용이 만만찮다. 수표는 한번 쓰고 은행에 들어가면 폐기된다. 폐기 도장이 찍혀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5년간은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적지않다. 10만원 짜리 수표를 쓰는데 드는 비용이 나라 전체로 한해 약 600억원 정도 된다 한다.
10만원 짜리 수표는 1회용 지폐라 할 수 있다. 지금 다른 것은 모두 자원낭비라 하여 1회용을 없애면서 돈만은 1회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10만원 짜리는 안나올 수 없겠지만 지금 한창 불황기라 통과의례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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