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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여는 중산층] 지갑 여는 중산층… "소비 불씨 살아나나" 기대감 커져

백화점 선물세트 판매 작년보다 10%이상↑

대형마트도 역신장 아픔 딛고 회복세 돌아서

홈쇼핑, 건강식품 등 수요 살아나며 날갯짓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쇼핑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추석 다음날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도봉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미아점. 연휴임에도 지하 4층까지 주차장은 만석이었고 지하 5층에 주차 자리 몇 곳이 비었을 뿐이었다. 아웃도어 특가전이 진행 중인 지하 1층 행사장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부터 가족 단위 고객들,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객으로 북적였다. 한 판매사원은 "연휴라 손님들이 많이 올 거라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쇼핑객들이 많아 일할 맛이 난다"고 웃었다.

유통 업계가 오랜만에 '추석 효과'를 맛봤다. 대표적 중산층 선물인 굴비·한우·홍삼 매출이 지난 추석보다 두자릿수 이상 성장한 영향 때문이다. 갖은 마케팅 노력에도 고소득층 이하로 확산되지 않던 소비 분위기가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중산층까지 퍼진 것으로 분석되면서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가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빅3는 이번 추석 대목을 보내면서 '돌아온 중산층'을 가장 반겼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수백만원짜리 와인 세트는 경기와 상관없이 팔리는 VIP만을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중산층이 주로 구입하는 10만~30만원대 선물세트 판매가 늘어난 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굴비·갈치 판매가 늘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중산층이 즐겨 찾는 먹거리지만 일본 원전 공포와 함께 소비량이 급감했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번 추석에 굴비·갈치 판매량이 50% 이상 늘었다.

대형마트도 중산층 덕분에 간만에 웃었다. 이갑수 대표가 앞장서 소비 촉진에 나섰던 이마트는 이번 추석에 기대 이상 선전했다. 2012년과 2013년 추석 행사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5.3%, 1.3% 역신장하며 위기감에 빠졌지만 올 추석에는 8.9%나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추석 매출이 예약 판매와 현장 판매를 합쳐 전년 추석 대비 3.2%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소비 심리 회복이 극적으로 연출되지는 않지만 월별 역신장 폭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을 보면 회복세로 들어갔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직격탄을 가장 심각하게 맞았던 홈쇼핑 업계도 정상화하는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와 무더위까지 사라지면서 7월과 8월 여름 장사마저 어려웠지만 추석을 앞두고 건강식품 등의 소비가 살아나면서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케이블TV의 부진을 모바일 부문의 고속 성장세가 상쇄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회복세는 GS·CJ 등 상위업체보다는 롯데홈쇼핑·홈앤쇼핑 등 후발주자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추석을 앞두고 건강식품과 농산물 등의 수요가 늘면서 매출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올 목표 취급액인 1조4,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산층이 많이 찾는 건강식품 시장의 활기도 눈에 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10일간의 추석 프로모션에서 거둬들인 매출을 합산한 결과 지난해 추석 행사 대비 신장률이 70%에 달했다고 밝혔다. 취급한 300여종의 제품 중에서도 전년과 비교해 가장 많이 팔린 제품(판매량 3배 증가)은 60만원의 초고가 상품인 '황진단'으로 여유가 생긴 실물경제를 가늠케 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확실히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객단가가 높아지고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경기 회복의 신호가 느껴진다"며 "특히 홍삼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예년에는 고소득층만 소비했다고 한다면 이번 명절에는 중산층까지도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증권가 역시 유통 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백화점 3사의 올 3·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7조8,977억원보다 4.4% 늘어난 8조2,454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4.69%로 가장 높았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각각 2.53%, 1.73%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은 신세계가 6.22%로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올리고 현대백화점(3.69%)과 롯데쇼핑(0.7%)도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홈쇼핑과 오픈마켓도 추석 특수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GS홈쇼핑은 같은 기간 매출액이 7.19%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9.0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파크INT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95%, 8.39%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을 주축으로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는 의미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보다 추석이 열흘가량 앞당겨지면서 백화점 매출이 8월 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며 "추석 특성상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보다 날씨가 서늘해 가을 의류에 대한 수요도 일찍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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