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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재벌 리카싱, 사업 틀 다시 짠다

2세 경영승계·中 부동산 거품 붕괴 선제대응

CK부동산·CKH지주사로 재편

조세회피처 케이맨제도에 두 신규법인 등록하기로

시장 "기업가치 상승" 기대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86ㆍ사진) 청쿵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사업재편에 나섰다. 사업구조를 비부동산과 부동산 분야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로 2세 경영승계 구도를 확립하고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를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 회장은 지난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투자회사인 청쿵실업과 통신ㆍ항만사업 계열사인 허치슨왐포아를 합병한 후 다시 부동산 사업체인 CK부동산과 비부동산 사업체인 CKH지주회사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청쿵실업과 허치슨왐포아의 부동산 자산과 컨설팅 부문은 CK부동산으로 옮겨가고 캐나다 허스키에너지, 허치슨텔레콤, 에너지ㆍ교통ㆍ물 관련 사업을 하는 청쿵인프라홀딩스, 발전ㆍ송배전사업의 파워애셋, 건강 관련 사업체인 CK사이언스, 출판ㆍ게임ㆍ전자상거래그룹인 탐그룹은 CHK지주회사로 편입된다.

청쿵그룹의 사업개편은 올 상반기 내 완료될 예정이며 CK부동산과 CKH지주회사는 모두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법인을 등록할 계획이다. 청쿵그룹의 주력사업체인 청쿵실업과 허치슨의 시가총액은 3,118억9,000만홍콩달러(약 43조8,000억원)에 달한다. 청쿵그룹은 전 세계에서 28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리 회장은 "사업구조재편이 지주회사 할인을 제거함으로써 주주들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며 "사업재편이 완료된 후 주주들은 더 높은 배당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업재편으로 리카싱 일가는 CKH지주회사와 CK부동산에 대해 각각 30.15%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업재편이 청쿵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주회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사업별 미래가치에 따라 새로 만들어질 두 회사의 기업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리엄 소호 앰플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업재편으로 새로운 가치가 형성될 것"이라며 "CKH지주회사의 경우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인수합병(M&A)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내에서는 이번 사업재편이 경영권 승계와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겨냥한 리 회장의 결단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리 회장은 은퇴 후 장남인 리저쥐(빅터 리)에게 그룹을 물려줄 계획을 세우고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이와 관련한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사업재편에서도 리 회장이 새로 설립되는 2개 회사의 이사회 주석을 맡으며 장남은 2개 회사 부주석 겸 이사 총경리를 맡을 예정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사업재편안이 경영권 승계구도를 명확하게 했다"며 "청쿵은 장남에게, 차남인 러저카이에게는 자금지원을 통한 사업지원이라는 승계구도를 지켜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조짐이 리 회장의 결단을 서두르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경제일보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이미 철수하기 시작한 청쿵이 이번 사업재편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비부동산 사업으로 전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 회장은 2013년부터 상하이 오리엔털파이낸셜센터와 광저우 두후이광장 등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베이징 잉커센터를 매각하는 등 1년8개월 동안 250억위안(약 4조원) 이상의 중국 내 부동산을 매각했다. 경제일보는 청쿵이 중국 내 부동산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홍콩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청쿵이 신규법인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등록하는 것에 대해 홍콩 사업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민감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리 회장은 "국영기업을 포함해 홍콩에 상장된 기업의 75%가 케이맨제도에 법인을 등록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재편에 홍콩 민주화시위 등 정치적 변수가 고려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리 회장은 중국 정부에서 지지하는 렁춘잉 현 행정장관이 아니라 친기업적인 헨리 탕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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