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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헛돈 9조원 쓴 기술금융… 녹색금융 재판될라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신용대출(기술금융)이 지난해 말 현재 8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 목표의 2배나 되는 수치다. 제도시행 불과 반년 만에 9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7월 2,000억원에 그쳤던 월간 실적이 9월에는 1조원을 웃돌고 11월 2조2,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12월에는 3조원을 훌쩍 넘겼다.

외형으로만 보면 대단한 성과를 거둔 듯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간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거의 늘지 않았거나 되레 줄어들었다. 한 은행은 1조원 이상 감소했을 정도다. 기술금융 실적을 올리라는 정부의 강력한 독려에 은행들이 대출 갈아타기와 자영업자 대출 확대 등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소식이다. 기존 거래기업이 일반대출로 받아도 될 자금을 기술금융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거나 자영업자 대출이 통계상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6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자영업자 대출은 무려 8조원이나 급증했다.

결국 말로는 기술금융을 외치면서 자영업자 대출에만 열을 올린 셈이다. 정부의 속도전에 은행들이 마지못해 움직였으니 내실이 알차게 채워질 리 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18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올해 기술금융 목표를 20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수년 내 100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니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듯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명박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다가 현 정부 들어 흐지부지된 녹색금융 꼴이 날 게 뻔하다. 벌써 기술금융이 녹색금융에서 간판만 바꿔 단 것에 불과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유망중기 지원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단기실적에 매달리다가는 엉뚱한 곳으로 돈이 줄줄 새는 제2, 제3의 모뉴엘 사태만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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