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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G2 경제패권 전쟁, 소프트파워 대 하드파워


요즘 치메리카(Chimerica·미국과 중국의 합성어)가 상호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정부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적인 출범에 힘입어 미국의 정치외교, 경제적 위상에 상처를 입혔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군사·무역,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긴밀한 협력을 재확인하며 중국에 일격을 가했다.

특히 미국은 앞으로도 '국제적 규범(rule)'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AIIB는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수준의 강력하고 공정한 규칙을 갖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의 취약점인 글로벌 스탠더드를 또 한 번 파고든 셈이다. 물론 미국이 말하는 국제적 규범이란 한마디로 미국적 가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이 민주주의, 시장 투명성이나 개방성, 인권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세계 질서를 주도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지구촌의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미국식 경제모델,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내세운 중국 견제 전략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바마 행정부는 TPP를 통해 지적재산권, 국경 간 서비스 무역, 정부조달·노동시장·전자상거래 등의 신종 무역 이슈에서 새 규범을 만들 경우 결국 중국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TPP의 성공적인 출범 이후에는 중국도 포함시켜 미국 주도 글로벌 경제질서의 우산 안에 가두겠다는 의도다. 오바마 대통령도 여러 차례 "TPP가 무산될 경우 아시아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이 경제 규칙을 새로 쓰게 될 것"이라며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결정적 한 방' 없이 영역다툼 치열

반면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에 맞선 중국의 무기는 막강한 하드파워다. 중국이 자국 과잉설비 해소, 해외진출 확대, 위안화 국제화 등 다용도의 목적 아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내놓은 게 단적인 사례다. 중국은 천문학적인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항만과 공항·도로 등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자금을 지원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질서에 구멍을 낼 기세다.

각각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앞세운 주요2개국(G2) 간의 아시아 주도권 경쟁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현재 중국은 TPP에 대항해 16개국이 참가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CP)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관세 인하 등을 제외하면 합의 수준이 낮은데다 7개국이 TPP 협상에도 참여하고 있어 대항마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은 동남아·아프리카 등에서 반중 감정이 커지자 WB 등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동반 진출을 타진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지만 중국처럼 성장성이 크지 않고 다른 나라에 제공할 '실탄'이 부족하다는 게 약점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 블록이 아시아권 경제의 성장을 약속하는 '어음'에 불과하다면 중국의 금융 지원은 '현금'이다. 게다가 중국도 경제적 힘이 더 커질 경우 '베이징 컨센서스'에 기반한 독자적인 국제 규율을 만들려고 할 게 뻔하다. 당장 IMF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적절하게 평가돼 있다고 밝혀 걸핏하면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고 위협하던 미국의 뒤통수를 때렸다.

韓, 상이한 양국 전략서 실리 챙겨야

이처럼 G2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도 복잡해지고 있다. 물론 21세기 아시아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한 G2의 전략이 서로 다른 만큼 한국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TPP에 가입해 역내 무역 활성화의 수혜를 받는 동시에 중국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 열기에 올라탈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중국의 하드웨어가 결합해 아시아 경제 통합과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G2 간 갈등이 내년 미 대선 이후에 더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주자는 물론이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오바마 대통령보다 외교적으로 더 강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도 미중 간에 끼여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 있는 외교안보팀의 실력을 보노라면 지레 걱정부터 앞선다.

/최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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