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5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 과정에서 '밀접한 업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을 강화해 1급 고위공무원에게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1급 이상이 관장하는 업무영역이 넓기 때문에 재취업할 수 있는 사기업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직 관세청장이 일반 대기업에 재취업하려 할 경우 해당 대기업이 조금이라도 관세를 냈다면 액수와 상관없이 업무가 연관됐다고 보고 재취업을 금지하는 것이다. 특허청장이 퇴직 후 재취업하려는 회사에서 한 건이라도 특허출원을 했다면 재취업이 어려워지게 된다. 과거에는 업무 연관성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작으면 재취업을 허용했다.
정부가 이처럼 재취업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이유는 인허가권이나 정책결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공무원이 잇따라 대기업이나 대형 법무법인 등에 재취업해서다. 공직자 재취업 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겉돈다는 지적이 이는 것이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공무원 등은 사기업체나 협회·법무법인·회계법인 등에 재취업할 때 심사를 받지만 90% 이상 통과되고 있다. 실제 2009~2013년 퇴직 후 재취업 심사를 받은 4급 이상 고위공무원 1,326명 중 92.7%인 1,263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또한 안행부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별로 266개의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심사 과정이 비공개이고 별도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정부는 다만 하위직 공무원의 재취업에 대해서는 고위직과 달리 현실성을 감안하기로 했다. 실제 인허가권과 관련한 일부 부처는 4급 이하 직급도 재취업 심사를 받거나 아예 부처 내규로 사실상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안행부의 한 관계자는 "고위직은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강화하되 하위직 공무원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진로를 변경하거나 생계형 재취업인 경우가 많으므로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부적절한 청탁 등의 우려가 없다면 재취업 길을 열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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