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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국내외서 강온발언 왜

금통위 앞두고… 금리 내리든 동결하든 '결정은 한은 몫' 강조

/=연합뉴스


'독립성' 직설화법으로 정부 개입 논란 차단

추경후 인하 압박하던 작년 4월과 상황 비슷

'금통위 반란' 방지하고 금통위 보호 목적도


지난 7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총재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한은의 중립성이라고 하는 것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에 달렸다고 봅니다. 금통위원들이 바깥 의견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보면 독립성이 확보될 것입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흔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시점이 어느 때냐에 따라 해석의 방점은 바뀐다. 이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드레 앞뒀고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강하던 때를 맞춰 중앙은행의 독립성 발언을 꺼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른바 '척하면 척' 발언으로 대변되는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서도 반격했다. 이 총재는 "척하면 척 발언 당시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안타깝게 생각한다.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의 금리 관련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위해서라도 한은 고유의 영역에 너무 많은 선을 넘어오지 말라는 얘기다.

직설화법을 즐기지 않는 이 총재의 이 같은 강경발언은 왜 나왔을까. 한은 안팎에서는 두 가지로 해석한다.



◇10월 금리 내려도…'금통위 독자적인 결정' 강조 목적=먼저 기준금리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한은 금통위의 판단의 결과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포석이다.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이는 정부 등에 끌려다니듯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최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 이후 한은으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금리를 내려도, 동결해도 추측만 무성해질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복잡한 기준금리 결정의 방정식에 '정부 개입'의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변수까지 포함돼 중앙은행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이 총재는 결국 국감을 계기로 강성발언을 이어갔고 '중앙은행 독립성' 말까지 꺼냈다. 이 총재는 직설화법을 미국에서도 구사했다.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금리 인하가 좋은 효과만 있다면 왜 금리를 안 내리겠느냐. 금리 조정에 따른 득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워싱턴DC에서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한 달 사이의 지표를 쭉 보고 금통위원들이 막판까지 고민할 것이다. 인하 논거와 동결 논거 모두 일리가 있고 전망수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 내에서 동결과 인하에 대한 의견이 있고 15일 금통위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독자적 스탠스'로 결정할 것임을 재차 밝힌 것이다. 동시에 "(척하면 척 발언이)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게 아닌데도 파장이 이렇게 가는 것을 보고 최 경제부총리도 이번에 기재부와 중앙은행 관계 조금 미묘한 게 있다는 것을 아셨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금통위 반란 등 꼬리표 미연 방지 위한 계산도=금통위에 대한 단속과 보호의 성격도 있다. 10월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지난해 4월과 같은 '금통위의 반란'과 같은 꼬리표는 달지 않겠다는 의중에서다. 실제 지난해 4월 정부가 17조원에 이르는 추경을 편성하자 한은은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당정청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았다. 김중수 당시 한은총재가 금리 인하를 반대했지만 3명의 금통위원이 인하에 표를 던졌다. 4월 금통위가 비록 4대3의 의결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김 전 총재는 내상을 입었다. 그러다 다음달인 5월에는 인하위원이 다수를 점하며 총재와 부총재도 인하로 돌아서 6대1로 금리는 0.25%포인트 낮아졌다. 이후 김 전 총재는 이른바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꼬리표를 퇴임 때까지 달고 다녔다.

10월 금통위를 앞둔 한은을 둘러싼 환경은 지난해 4월 금통위 때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는 것도 닮았고 정부의 압박 역시 같다. 자칫하다가는 불필요한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이 총재 역시 수위를 조절하면서 매파적(금리 동결) 발언은 물론 비둘기파적 발언도 함께 구사하고 있다. 국감 이후 '동결'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이 총재는 다시 '인하가능'을 내포한 말을 꺼내기도 했다. 워싱턴DC 기자간담회(10일)에서 이 총재는 "자꾸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각차에 대해 말이 많은데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거의 (시각) 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심리는 어느 정도 (회복)됐는데 투자 쪽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기업 심리는 회복됐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앙은행 총재가 정부와 경기인식이 같다고 하는 발언은 많은 것을 내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꺼내기 쉽지 않은 신호를 보냈다는 얘기다. 시장이 10월 금리 인하에 더 높게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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