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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날벼락… HP 9조5000억원 날렸다

작년 오토노미 인수때 회계부정 뒤늦게 파악<br>88억달러 손실 처리 대형 악재에 주가 급락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인 휴렛팩커드(HP)가 휘청거리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개인용 컴퓨터(PC)와 프린터 비즈니스에서의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이것이 득이 되기는커녕 대형 악재로 돌변했다.

20일(현지시간) HP는 지난해 110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영국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노미에서 '심각한 회계상 오류'가 발생한 것을 파악했다면서 지난 10월 종료된 회계연도 4∙4분기에 88억달러(9조5,300억원)를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HP는 이 가운데 오토노미 전 경영진의 실적 부풀리기에 따른 손실만도 50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분기 전체 매출액도 3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줄었다.

이날 뉴욕증시(NYSE)에서 HP의 주가는 전일에 비해 12% 급락하면서 11.71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50% 가까이 내렸다. 2004년 4월 1,550억달러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220억달러로 줄었다.

HP의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오토노미의 경영진이 악의적으로 실적을 부풀려 주주를 오도했다"며 "미국과 영국 당국에 조사와 수사를 의뢰했으며 민∙형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크 린치 전 오토노미 CEO는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고 HP 주장이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또 문제가 있었다면 HP가 이를 공개하기에 앞서 자신과 접촉했을 것인데 이러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고 HP의 부정 회계 주장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토노미는 영국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이자 유럽에서 독일의 SAP AG에 이어 두 번째 대형 업체이다.



오토노미의 회계 부정 전모가 드러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HP의 위상 추락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PC 부문에서는 중국의 레노버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3위로 밀린 상황이다. 프린터, 서비스, 서버 및 네트워크 부문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전체 매출이 5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 휘트만은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회사가 턴어라운드 하는 데는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 부진 여파로 HP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올 9월에는 전체 직원의 8%에 해당하는 2만9,000명의 인원을 향후 2년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조정 비용도 회계연도 2014년까지 당초 추산했던 35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 IT 업계 전반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세계 1위 업체인 인텔이 모바일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폴 오텔리니 CEO가 전격 사임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나온 이번 HP 사태를 미 언론들은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충격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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