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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

이승보다 인간미 넘치는

참 유쾌한 저승이 여기에 …

가무극 '신과 함께'는 윤회사상을 상징하는 바퀴 모양의 거대한 원형 세트와 바닥에 설치된 LED 스크린을 통해 저승의 이미지를 색다르게 형상화했다.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토록 유쾌한 저승이 있을까.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 100%'의 캐릭터와 그들이 펼쳐내는 요단강 건너의 '그곳'을 보고 있노라면 감히 이 위험한 상상에 젖어들게 된다. 지난 1일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은 원작 웹툰의 통통 튀는 캐릭터와 상상력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재연하며 '저승'이라는 죽음과 어둠의 세계를 친숙한, 어떤 측면에선 이승보다 인간미 넘치는 '정의의 공간'으로 그려냈다. 160분의 웃음 만발 저승 여행에서 '저승만도 못한 이승'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과 함께'는 죽은 소시민 김자홍이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49일간 7개의 심판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과 저승차사 강림이 억울하게 죽은 원귀를 찾아 나서는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신과 함께'의 '신의 한 수'는 따뜻한 마음과 명석한 두뇌를 지닌 진기한도, 주체할 수 없는 매력과 장풍의 소유자 강림도 아닌 평범한 소시민 '김자홍'이다. 중하위권 성적, 주말마다 복권 구매, 잦은 야근·회식, 간 질환 등으로 여자 한 번 못 사귀어 보고 죽은 39세의 김자홍은 관객에게 불쌍한 존재를 넘어 감정이입의 대상이 된다. 그가 이승에서의 공덕을 평가하는 '도산지옥', 남의 물건 탐한 자를 벌하는 '화탕지옥' 등을 통과하는 동안 많은 관객이 심판대 위의 김자홍이 되어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불효를 판단하는 '한빙지옥'에서 김자홍이 부모 가슴에 박은 못을 확인하며 눈물 흘릴 때 웃음으로 넘쳐나던 공연장엔 정적이 흐른다.

상상의 공간을 형상화 한 무대는 또 다른 언어로서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다. 객석을 향해 기운 거대한 바퀴 모양의 세트는 윤회를 상징한다. 바퀴의 한가운데는 7개의 심판이 이뤄지는 저승 중심부로, 비교적 좁은 이 공간은 리프트를 활용해 지옥행 지하철이나 저승 감옥 같은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바닥에 깔린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화려한 조명이 빚어내는 미쟝센도 인상적이다.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다양한 장치는 이 작품의 미덕이다. 김밥지옥, 헬벅스(Hellbucks), G옥마켓, 주글(Joogle) 등 이승의 상표 패러디를 비롯한 재기발랄한 각종 설정은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만나 제 빛을 발한다. 다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농담과 개그에 진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무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아직은 합이 덜 맞춰진 듯한 앙상블의 군무나 합창도 아쉽다.

극 중 저승은 여러모로 이승과 닮았다. 유명 식당과 인터넷 시스템은 물론 명예와 돈만 좇는 관료와 돈뭉치에 이성을 잃는 사람까지. 그러나 이곳엔 7번에 걸쳐 사람의 죄를 묻는 정의로운 심판이 있다. 이승에서 지질했던 김자홍이 저승에선 '죗값 가벼운' 미덕의 사나이가 되는 아이러니와 "저승에 와서까지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변호사 진기한,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군인의 한을 풀어주는 저승차사 강림까지. 이승보다 나은, 이토록 정의로운 저승이 있을까.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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