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불혹(不惑)에 접어든 최철환(40·가명)씨는 '아침 식사 챙기기'를 새해 목표로 삼았다. 스스로 건강을 챙길 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다 주변에서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서다.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아침 먹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결국 새해 다짐은 작심삼일로 끝나버렸다.
최씨는 "주변에서 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해주지만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며 "이렇다 보니 아침 식사를 건너뛴 채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삶이 화두에 오르는 요즘 '아침 식사=건강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정작 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경제신문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명 가운데 한 명(52%)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고 이 중 66.54%가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이 머리로는 '아침 식사를 꼭 챙겨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몸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아침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답은 아침 식사(breakfast)의 어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침 식사는 글자 그대로 '공복(fast)을 깨뜨린다(break)'라는 뜻. 길게는 15시간 이상 지속되는 공복기를 멈춰 대사작용을 시작하게 한다. 빈속을 다양한 영양분으로 채워 오전 중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한편 뇌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해 두뇌활동을 촉진시킨다.
엄순희 대한영양사협회 부회장은 "아침 식사는 자동차로 친다면 새롭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이라며 "저작(씹는) 작용으로 뇌를 깨우고 포도당이라는 에너지를 공급해 활동을 증진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엄 부회장은 또 "이 때문에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학생은 물론 직장인에게도 아침 식사 챙기기는 매우 중요하다"며 "뇌를 비롯한 위와 장 등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공급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은 건강에 백해무익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침 식사 거르기는 최근 비만은 물론 심장병 등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복→폭식→비만→성인병'의 악순환으로 잘못된 식습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하버드대 교수팀이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 습관과 심장병 발병의 상관관계를 1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침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그러지 않는 이들의 심장병 발병 위험도가 27% 높았다.
또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된 풍성한 아침 식사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연구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섭취 칼로리 3분의1 수준의 단백질과 지방이 함유된 아침 식사를 한 사람들이 조촐한 식단(하루 섭취 칼로리의 12.5%)으로 아침을 해결한 이들보다 혈당이 3배 이상, 혈압은 4배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양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을 건너뛰면서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점심 등의 식사를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소비하는 게 아닌 '저장'하는 데만 쏠리게 된다"며 "이 같은 행위가 반복돼 저장 기능만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만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 '두 끼 식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으나 이는 이 같은 섭취 습관이 정형화됐을 때만 해당한다"며 "정형화가 아닌 불규칙적으로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행위가 반복되면 전체적인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제일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공복인 상태로 오전 시간을 보낼 경우 점심을 폭식하는 사례가 많아 혈당조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인슐린 분비(저항성)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후천성인 2형 당뇨를 발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아침 식사를 챙기는 사람보다 건너뛰는 이들의 인슐린 분비가 늘어난다는 점은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밝혀지고 있다"며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1차적인 예방 차원에서 아침 식사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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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