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주택자의 꿈은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월세 탈출'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단독주택 거주자가 약 세 집당 한 집꼴로 월세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흔을 넘기지 않은 미혼자를 노총각ㆍ노처녀로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30대의 중후반 남성과 초중반 여성 서너 명 중 한 명은 미혼이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인구학회가 작성한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 결과 심층분석을 위한 연구' 자료를 통해 살펴본 대한민국 국민의 현주소다.
통계청의 의뢰로 만들어진 이번 자료는 주택의 전세 비중은 줄고 월세가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00년과 2010년 전세의 주택점유 비중은 28.2%에서 21.7%로 감소했다. 반면 월세 비중은 12.6%에서 20.1%로 커졌다.
이 기간 중 월세 증가세는 단독주택에서 한층 도드라졌다. 전세 비율이 9.6%포인트 하락(30.1%→20.5%)하는 사이에 월세 비율은 14.3%포인트 상승(15.1%→29.4%)했다. 다른 유형의 주택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해에는 아파트 12.3%, 다세대주택 13.4%, 연립주택 9.5%가 월세살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물량 추이를 보면 아파트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가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47.7%(523만1,000가구)에서 2010년 58.4%(857만6,000가구)로 증가했다. 연립 및 다세대주택 역시 해당 기간 중 126만6,000가구에서 185만가구로 늘었다. 단독주택의 비중은 뒷걸음쳐 37.1%(406만9,000가구)에서 27.9%(408만9,000가구)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또 25세부터 49세에 이르는 연령대에서 미혼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성의 경우 1995년 6.1%에 불과했던 35~39세 미혼 비율이 2005년 18.1%, 2010년 26.9%로 급증했다. 40~44세 남성의 미혼 비율도 1995년 2.6%이던 것이 2005년 18.1%, 2010년 14.8%로 뛰었다. 같은 기간 30~34세 여성의 미혼 비율은 6.2%→18.3%→28.5%, 35~39세는 3.1%→7.3%→12.4%로 상승했다.
어렵게 제 짝을 만났다고 해도 평균적으로는 상당한 만혼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초혼 나이를 보면 1990년 27.9세에서 지난해 31.8세로 늦춰졌다. 여성의 초혼 나이 역시 이 기간에 24.8세에서 28.9세로 늦춰졌다.
이혼 연령도 늦춰지고 있다. 2000년과 2010년의 평균 이혼 연령 변화 추이를 보면 남성의 경우 40.1세에서 45세로, 여성의 경우 36.5세에서 41.1세로 늦춰졌다.
반면 핵가족화가 가속화한 탓에 홀로 사는 노인은 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은 독거노인이다. 독거노인을 포함해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고령자도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살거나 배우자ㆍ친척 등과 사는 이들이 5명에 3명꼴이나 됐다.
2000년에는 고령자는 주로 기혼 자녀와 사는 경우(35.7%)가 많았다. 부부끼리만 살거나 혼자 사는 비율은 각각 29.2%, 16.8%였다. 10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부부끼리 사는 이들이 35.9%로 기혼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23.5%)을 크게 넘어섰다. 혼자 사는 비율까지 포함하면 고령자 가운데 자녀 없이 사는 비율은 2000년 50.9%에서 2010년 61.8%로 10.9%포인트나 증가했다.
도시보다 농촌에서 고령자가 혼자 또는 부부끼리 사는 비율이 높았다. 도시에서는 65세 고령자 중 독거노인의 비율이 18.4%였지만 농촌은 26.8%였다. 4명 중 1명이 따로 사는 셈이다.
특히 농촌에서 자녀와 같이 살지 않는 고령자의 비율이 74.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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