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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진의 茶와 건강] <3>차로 채움과 비움을 조절하다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에 위치한 이우산(易武山). 이우는 ‘차의 여신이란 뜻을 담고 있다.

윈난 리장의 나시족의 ‘차’라는 글자. 차는 대지가 우리에게 주는 젖줄이었고, 읽기를 ‘레’라 했다.

#풀과 나무 사이를 헤매는 사람

차(茶)의 역할을 찾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가 ‘차’라는 이름을 살피는 일입니다. ‘소독신’(消毒臣), ‘척번자’(滌煩子), 모두 차를 부르던 당나라 시기의 별칭 가운데 일부인데요. ‘소독을 해주는 신하’이고, ‘번뇌를 씻어주는 이’라는 뜻이죠. 이처럼 ‘차’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옛사람들이 불렀던 이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중국인들이 즐겨 썼던 파자(글자를 쪼개서 풀이하는 방법)라는 방법을 들이댈 때, ‘차’ (茶)라는 글자는 사람(人)이 풀(艸)과 나무(木) 사이에 있지요. 이것은 사람과 일체가 되는 풀(잎)과 나무가 곧 차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옛 기록을 살펴보면 ‘차’를 나타내는 한자어가 무려 서른 가지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글자들이 시대와 지방에 따라 ‘茶’를 가리키는 글자의 역할을 했는데, 그 공통된 뜻은 모두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식물이 곧 차라는 점이었습니다.

당나라 이전부터 차는 윈난과 쓰촨(四川) 일대를 비롯, 이동생활을 주로 했던 민족들이 널리 애용했던 음료였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기마종족들과 중국 한족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차도 마침내 한족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됩니다. 루위(陸羽)가 차문화의 경전이라 일컬어지는 <차경茶經>을 정리한 것도 바로 이 무렵입니다.

이후 한자문화권에선 ‘茶’가 차를 대표했지만, 지역에 따라 독음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광둥(廣東) 지역에선 ‘차(cha)’라고 읽었지만, 푸젠(福建) 지역에서는 ‘테(te)’로 읽었던 것이죠. 유럽의 ‘티(tea)’는 푸젠 지역과 교역을 시작하면서 그 음가가 전해진 것입니다. 우리도 중국과 주로 교역한 지역이 어디였던가에 따라 같은 글자를 읽는 음가가 달라졌는데, 그 결과 아직도 茶를 ‘다’와 ‘차’로 섞어 읽고 있습니다.

그러니 차의 고향이라 불리는 윈난에서도 당연히 ‘차’ 관련된 그들의 표기와 음가가 있었겠죠. 윈난에서 차에 대한 대표적인 음가는 ‘차’와 ‘레’였습니다. 이 가운데 ‘차’는 한족에게 전해져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고, ‘레’는 이제 윈난과 그 인근 지역에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즉 윈난 사람들에게 ‘차’도 차요, ‘레’도 차였다는 것인데요. ‘차’는 무언가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뜻의 이름이었고, ‘레’는 무언가 비워주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뜻의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윈난 리장(麗江)에 사는 나시족(納西族)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동파문(東巴文)’이라 불리는 수천 년 전의 상형문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은 차를 ‘레’라고 읽습니다. 즉 그들은 채움 보다는 비움에 초점을 맞추어 차를 부르고 있는 것이죠(참고 <지유地乳-1집> 바나리출판사).

#차나무가 누리는 자부심

차는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듭니다. 차나무는 다년생의 상록수이고, 진화과정상 동백나무를 거쳐 다양한 아종과 변종을 가진 차나무로 진화했습니다. 차나무의 특징은 찻잎에 있고, 찻잎의 특성은 뿌리가 좌우합니다. 차나무의 뿌리는 직근성(直根性)이고, 그 길이는 지상으로 드러난 차나무의 키와 비슷하거나 더 길다는 특징을 띱니다. 야생종의 경우 키가 1m이면 그 뿌리는 2m에 가깝고, 키가 큰 교목종은 그 뿌리가 키에 버금가니 20~30미터씩 내려가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직근성으로 땅 속으로 향하면, 토양(土壤)의 다양한 층을 두루 거치고 깊은 자양분을 흡수하게 되겠죠. 즉 차나무의 뿌리는 표면의 토층을 지나 그 아래의 핵심 토층을 뚫고 수맥마저 지나 암반층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물론 재배종의 경우, 특히 농원에서 대단위로 재배하는 차나무의 경우에는 화학 비료나 유기농 비료의 영향 등으로 그 뿌리가 옆으로 퍼지기도 합니다.

찻잎이 갖는 남다른 특징도 있습니다. 대개 나뭇잎은 한번 나면 꽃으로 가고, 꽃은 열매로 가는 흐름이 자연적인 생리인데, 찻잎은 바로 꽃으로 가지 않고 1년에 여러 차례, 많을 경우 16 차례 정도나 새잎을 피운다는 거죠. 꽃으로 가야 할 자양분을 찻잎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 늦은 가을 무렵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열매를 맺게 되는데요. 이 열매는 다음 해 가을 무렵에 이르러 완전히 익게 됩니다.



이렇게 자란 찻잎은 땅과 하늘에서 받은 풍부한 자양분을 간직하고 있는 셈인데요. 그렇다고 찻잎이 곧 ‘차’인 것은 아닙니다. 찻잎은 다만 차가 될 가능성을 가진 소재일 뿐, 아직 ‘차’가 된 건 아니니까요. 찻잎이 ‘차’가 되기 위해선 일정한 변환 공정을 거쳐야 하겠죠. 이른바 ‘차’로 태어나는 제차(制茶)공정이 있게 됩니다. 제차 공정은 차 산지마다 다르고, 차나무와 찻잎 종류에 따라 다르며, 잎을 딴 시기나 목표하는 차의 성질 등 무수한 조건들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그런 공정에 따라 마침내 차나무의 잎은 드디어 차가 되는 것입니다.

#채울 것은 채우고 비울 것은 비우도록

‘차’라는 글자가 전해주는 차의 ‘오래된’ 역할은 채움과 비움입니다. 온갖 것이 들고나는 사람 몸의 입출(入出)운동이 우리 몸 운영의 기본이라 할 것인데요. 이 입출운동을 좌우하는 건 바로 내 몸의 상태이겠죠. 낡은 것은 보내고 새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채움과 비움의 작용에서 생길 것입니다.

내 몸에 들어오는 무수한 것들, 햇빛과 공기와 물과 음식 등이 내 안에서 소화되고,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로 변환되어 마침내 내게 필요한 것은 남아 나를 채우고, 내게 필요하지 않는 것은 배출돼 비워지는 것이 정상적인 입출운동이겠죠. 그런 흐름이 내 몸을 둘러싼 운동의 바탕이라면, 원칙적으로 그 바탕의 안정성이나 활성도에 따라 나는 건강할 수도 있겠고 건강을 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 몸 속에서 진행되는 채움과 비움의 역할을 도와주는 것, 바로 ‘차’가 하는 대표적인 역할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차茶’라는 말에 담긴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채움과 비움은 우리 몸의 입출운동을 좌우하는 관건이라는 바탕에서, 이제 건강보조제 혹은 기호음료로 작용했던 차가 더욱 중요한 건강필수품 또는 생활필수식품으로 등장해야만 하는 우리 시대의 상황을 이야기 드려야 하겠습니다. 건강이란 관점에서 보면 우리들의 21세기는 상당히 역설적이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과 정보화혁명을 거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혁명할 대상이 없을 만큼 물질문명은 발전했는데요. 그 덕분에 수명은 늘고, 20대를 일러 ‘꽃청춘’이라 합니다. 청춘은 60대여서 그렇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전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골에 사는 사람이 도시에 와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살 수 있느냐고! 대체 누가 더 건강할까요? 도시에 적응해 살고 있는 사람과 이 도시에 하루도 살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 중에서요.

견딜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뜻하는 내성(耐性)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 해당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죠. 약도 계속 먹다 보면 약효가 없어집니다. 이른바 내부에서 약을 견뎌내는 힘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같은 증상의 감기라도 예방을 하거나 치료를 하려면 갈수록 독한 약을 쓰게 되죠. 이른바 약의 악순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지속 가능하다는 삶의 실체는 어쩌면 악순환의 반복이었던 셈입니다.

아무튼 차가 우리 몸의 운동체계에서 채움과 비움의 역할을 한다면, 이제 몸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죠. 차라는 선물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내가 내 몸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할 테니까요.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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