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금감원 검사역 '10년 유착'

부산저축은행그룹과 10년간 유착해 금융감독원의 각종 정보를 빼주고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을 금감원 검사역(부국장급)이 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 검사역은 매년 수백만 원의 뇌물과 명절 떡값을 받아오며 저축은행의 부실사실을 은폐하고 대외비 자료까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1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으로 금감원 부국장급 검사역 이자극(5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2년 금감원의 저축은행 검사방침 등을 저축은행에 부산저축은행에 제공하고 1억원을 받는 등 최근까지 총 4억여원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01년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원으로 부산저축은행 검사에 참가하기 시작해 2005년 부산2저축은행 검사반원, 2009년 2~3월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장, 그해 11월 중앙부산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장으로 활동하는 등 10년간 5차례나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의 검사에 투입된 바 있다.

이씨는 이미 1990년대 말 신용금고업무 관련 감독관으로 근무하면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등 임원들과 인연을 맺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까지 10여 년간 각종 편의를 봐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매년 설∙추석 명절 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100~200만원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또한 2005~2006년 저축은행에 요청해 개인사업을 하는 처조카에게 3억 2,000여만원을 무담보로 대출해주도록 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이와 함께 지난해 감사원의 저축은행 업무적정성 감사가 시작되자, 감사원의 대외비 질문서를 빼내 부산처축은행에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외비로 표시된 이 질문서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 분류에 오류가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이 부족하고, 수익분배 조건부 PF대출을 통해 사실상 투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체이자를 정리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통해 정상 여신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편, 대검찰청은 전날 11시께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13시간에 걸려 마라톤 조사를 벌인 후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은씨는 이날 조사 이후 서울구치소에 전격 수감됐다.

은씨는 김양(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이 고용한 정관계 로비브로커 윤여성(구속기소)씨를 통해 억대의 금품을 받고 각종 청탁을 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은씨는 2005년부터 2년간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전력에 따라 은행 측의 청탁을 받고 청와대 등에 로비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