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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회사채 순발행 마이너스는 투자할 곳 없다는 방증

정부가 투자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지만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들의 '몸 사리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굳이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기업의 주요 투자자금 마련 창구인 회사채의 올해 순발행액이 2006년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정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6일까지의 회사채 발행액은 52조2,4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4%나 줄어든 수치다. 기업들은 그동안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경우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하는 차환 발행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올해는 아예 현금 상환에 집중해 이자비용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신규 발행액이 만기도래 상환액보다 4,379억원 적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회사채 발행이 급속도로 위축되는 것은 기업 주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시계 제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올 성장률이 7% 중반 이하로 밀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큰 위협은 무엇보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급격한 엔저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전자·자동차·철강업체들이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당연히 경쟁기업인 한국 제조업으로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살아남기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경제 활성화 정책과 함께 기업에도 투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해왔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완화와 각종 인센티브 등도 약속했다. 그럼에도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보듯 기업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좀처럼 녹을 줄 모른다. 정부의 기업투자 유인정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일본 제조업 부활의 이면에는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지원책도 한몫을 했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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