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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명량'

'새로운 이순신' 없지만… 명연기·전투장면 압권

영화 '명량'의 한 장면.

이순신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특히 명량해전이 영화의 소재라고 했을 때 내심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이순신이 누군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자 위인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인 인물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47년째 동상도 서 있다. 그중에서 명량해전은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에 임진왜란 전쟁 가운데 유일하게 전모가 그의 기록으로 서술돼 있는 전투다. 그만큼 재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명량해전은 1597년 9월 16일(음력) 하루 동안에 벌어졌다. 이날 왜군 300여척은 조선의 한양으로 가기 위해 전라남도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의 좁은 수로인 명량, 즉 울돌목으로 진입했고 이순신이 이끄는 13척의 조선수군은 이를 요격했다. 31척이 파괴(난중일기 기록)된 왜선단이 철수하면서 8시간의 전투는 막이 내렸다.

이순신이 직접 서술하기도 했지만 또한 가장 많이 덧칠이 된 것이 명량해전이다. 전세를 완전히 뒤바꾸었고 또 30대1의 기적적인 승리라는 점에서 모두가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한 것이다. 가장 유명한 루머가 쇠줄을 수로에 깔아 적선의 진입을 막았다는 설화다. 이후 많은 드라마와 소설에서 이를 채용했고 마치 사실인양 남아 있다.

김한민 감독의 신작 '명량'은 분명 진일보했다. 쇠줄은 없다. 이순신은 판타스틱한 뭔가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형과 시간을 이용한 전술과 군사들의 피ㆍ땀만으로 적을 물리친다. 이것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드라마적 요소도 있다. 감독이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 삽입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거북선이 나온다든지, 암살음모도 진행된다.



이순신 역에 최민식이 맞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결론은 만족이다. 충분히 어울린다. 이순신의 본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있다. 1545년 태어난 이순신은 해전 당시 53세였다. 우연인지 1962년생인 최민식도 올해로 53세다. 최민식은 21일 시사회에서 "중압감이 있었다. 그냥 흉내만 냈을 뿐이다"라고 소감을 내놓기도 했다. 이순신을 연기하는 배우라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최민식은 흉내를 잘 냈다.

이순신은 '성스럽다'는 말로도 요약된다. 그는 세계사상 유일하게 '성웅(聖雄)'으로 불린다. 나폴레옹도, 징기스칸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얻지 못했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칭호에 가려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기도 했다. 모두가 알지만 잘은 모르는 사람 말이다.

영화 '명량'에 '새로운 이순신'은 없다. 누구나 아는 내용, 예상한 결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어렵고 신기하다. 최민식ㆍ류승룡ㆍ조진웅ㆍ이정현 등 배우들의 명연기, 철저한 고증을 거친 전함과 무기ㆍ의상 등 소품, 해상 전투씬 등 볼만한 것이 많다. 런닝타임 128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김한민 감독은 전작 '최종병기 활'에 이어 수작을 만들었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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