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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전문경영인시대 열리나/대림그룹 도입계기 관심 높아져

◎총수 독단경영 배제 긍정 평가속/“주인없는 기업 경쟁취약” 반론도/“소유분산 등 여건 미성숙”엔 중론『2세라 해서 기업경영권을 이어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2세체제를 갖춘 기업 가운데 「욕보는」경우가 많습니다.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13일 대림그룹 빌딩에서 열린 긴급사장단회의에서 이준용회장이 그룹회장직을 전문경영인인 김병진부회장에게 이양하면서 한 말이다. 이회장의 결단은 「오너=그룹총수」라는 정형화된 틀을 깨고 나섰다는 점에서 재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신선한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림의 새로운 경영체제는 총수중심의 독단경영에 대한 정부의 개선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한보, 진로, 대농 등 유력한 2세그룹들의 잇단 도산및 경영위기 상황에서 등장, 더 관심을 끌고 있다. 「대림사례」와 관련, 재계의 주요 관심사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 늘어날 것인가, 또 오너총수에 익숙한 우리의 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 회장이 제실력을 발휘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경영인 회장체제의 확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우리나라 기업상황에서 비오너 체제는 「주인없는 기업」이며, 이는 무한경쟁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라는게 일반적이 인식이다. 이런 입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 대부분의 총수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입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전문경영인들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능력이 곧 경영을 잘해 기업을 성장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2세들은 오랫동안 부친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철저한 경영수업을 쌓으면서 많은 실무경험을 했다. 경영에서는 이런 현장경험이 더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런 인식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여러모로 견제를 받고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유일한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를 유지해온 기아는 10대그룹에 들지만 오랫동안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서 소외돼 왔다. 김선홍 회장이 회장단에 들어간 것은 불과 2년밖에 안된다. 또 기아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 인수합병설 등 루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위에 상관없이 으레 「오너없는 체제」가 그 배경으로 항상 거론된다. 『아직 우리기업들은 오너가 챙기지 않으면 의사결정이 늦고,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약해진다.』 『금융권에서 지분을 가진 오너와 그렇지 않은 전문경영인의 말 가운데 누구를 더 신뢰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과 「소산스캔들」을 거치면서 총수의 독단경영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정부의 정책적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회장들 자신이 이를 공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김회장은 『나도 전문경영인이다』고 강조한다. 그룹내 소유지분도 낮고, 각사 회장체제를 통해 사실상 자율경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회장은 『2세들이 그룹회장을 맡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강조, 다음에는 대우도 전문경영인 회장체제가 될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 소그룹제 등을 통해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재계에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유분산을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비오너회장 체제는 기업의 결단이나 정책적 수단을 통한 유도 못지않게 정부, 금융계 등 사회적 환경도 거기에 맞춰 조성될 때 가능해 질 것』으로 밝혔다.<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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