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스터 오일'로 불리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고도화 투자에 대한 집념이 국내 최초의 '퍼펙트 콤플렉스(Perfect Complex)'로 결실을 맺게 됐다. 퍼펙트 콤플렉스란 수익성이 낮은 벙커C유 등 중질유의 생산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춰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린 생산 모델을 말한다. GS칼텍스는 12일 전남 여수공장에서 1일 6만배럴 규모의 제3중질유분해시설 준공식과 1일 5만3,000배럴 규모의 제4중질유분해시설 기공식을 가졌다. 이로써 오는 2013년 제4중질유분해시설이 완공되면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중질유 생산 비중은 10% 미만으로 낮아지게 된다. 지난 2004년부터 허 회장이 총 5조원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이날 준공식을 가진 제3중질유분해시설은 원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인 아스팔트 등 초중질유를 원료로 등유ㆍ경유 등 값비싼 경질유 제품을 만드는 설비로 지난해 12월부터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GS칼텍스는 이 시설을 짓기 위해 창사 이래 최대인 2조2,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또 이날 기공식을 연 제4중질유분해시설은 벙커C유 등 값싼 중질유를 촉매를 이용해 분해함으로써 고급 휘발유 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이 시설이 2013년 완공되면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업계 중 가장 높은 35.3%의 고도화 비율을 갖추게 된다. 또 GS칼텍스의 수출액은 2010년 170억달러보다 60% 늘어난 2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회장은 "제4중질유분해시설이 가동되면 생산 제품의 거의 전량이 경질유만으로 구성되는 정유공장의 이상적인 모델인 퍼펙트 콤플렉스를 실현하게 된다"며 "생산제품의 전량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가 이처럼 고도화시설에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는 '고도화시설은 정유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허 회장의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정제 과정에서 40%가량 생산되는 벙커C유 등 중질유는 원료인 원유보다도 가격이 싸 정유사 입장에서는 만들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생산된 중질유를 재처리해 등유ㆍ경유 등 고부가 경질유 제품을 생산하면 투입 원료 대비 30% 이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허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미래 성장동력으로 고도화설비에 주목하고 제1중질유분해시설 투자에 착수했다. 당시에는 중질유 수요가 충분해 고도화설비의 매력이 지금보다 높지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중질유 수요는 줄고 친환경 경질유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허 회장의 예상은 적중해 2000년대 이후 수요가 늘어나는 경질유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GS칼텍스의 고도화설비는 '지상유전'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허 회장은 평소 "고도화설비는 지금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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