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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에 알짜자산 줄줄이 해외로] 구조조정 원칙마저 뒷전… 국부유출 우려

[심층진단] 공기업 개혁에 알짜자산 줄줄이 해외로<br>가스공사 이라크 가스전 등 지분축소 착수<br>자원가격 하락기 겹쳐 막대한 손실 불보듯

지난 2009년 7월 당시 김쌍수(오른쪽) 한국전력 사장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론 호크스타인 데니슨사 사장과 지분인수 내용 등을 담은 전략적 제휴협정에 서명한 뒤 협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전은 불과 4년여 만에 공기업 개혁이라는 명분에 휩쓸려 이 사업을 해외에 다시 넘겨야 할 판이다. /사진제공=한전


"자칫하면 사장 목이 달아날 상황입니다. 자원수급 걱정보다는 당장의 부채 감축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공기업의 한 고위임원이 던진 말은 정부의 부채 감축 목표에 내몰린 공기업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기관장의 직을 걸고서라도 부채를 낮추라는 엄포를 놓은 만큼 공기업들은 내년 안에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자원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인데도 정부의 강제적 공기업 부채 감축 요구에 따라 알짜 해외자산을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일방적 부채 감축 지시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의 기본원칙이 '시한'을 정하지 않는 것이고 구조조정 때마다 이를 금기시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시만 지키느라 정부 당국자들이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도 내부반발이 심한 조직 구조조정이나 복지혜택 축소보다 해외자산 매각이 차라리 손쉽다는 점에서 너도나도 자산 매각부터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공기업 사장은 "이런 식으로 해외자산을 팔면 비싸게 공을 들여 산 알짜물건들을 헐값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과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공기업 기관장들의 본능이 맞물려 국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기업 해외 핵심자산들 매물로 쏟아져=국내 최대 에너지공기업 한전이 우라늄과 유연탄 등 해외 핵심 자원개발사업들을 대거 정리하기로 한 것도 부채비율 목표에 대한 절박감 때문이다.

한전은 올 9월 기준 부채비율이 139%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는 2017년 부채비율이 201%로 올라간다. 한전은 강력한 부채 감축 방안을 실시해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148%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최근 정부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보유한 해외 핵심 우라늄 및 유연탄 자산들을 대거 시장에 팔기로 했다. 세계 10대 우라늄업체로 평가되는 캐나다 데니슨사의 지분까지 시장에 나온다. 2009년 한전의 데니슨사 지분인수는 우라늄 확보가 전무했던 우리 해외자원개발 역사의 전기로 평가됐지만 불과 5년여 만에 다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게 됐다.

가스공사 역시 최초의 운영사업인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을 비롯해 호주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GLNG) 등 해외사업들의 지분 축소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사업은 비전통가스 개발 및 운영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하던 가스공사가 수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사업인데 개발 초기 단계에서 갈림길에 섰다.

◇자원 가격 하락기…헐값매각 불가피=문제는 이 같은 국내 공기업들이 해외사업 매각 시점이 세계 자원 가격의 저점과 너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라늄 가격만 해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전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진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현재 우라늄 가격은 lb(우라늄 거래 단위)당 30달러대 중반 수준으로 2008년(64.4달러)보다 절반가량 하락했다. 유연탄 가격도 2008년 톤당 127달러 수준에서 현재는 80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처럼 자원 가격이 하락세이기 때문에 우리 공기업들의 해외자산 역시 시장가치가 매수 당시보다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직 개발이 본격화되지 않은 탐사광구 등은 헐값으로 매물을 내놓는다고 해도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업의 한 자원개발담당 실무자는 "매각작업에 조급증을 낼 경우 당연히 헐값매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다시 공기업의 방만경영 사례로 지목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자원 가격이 올라간 후에는 팔았던 광산 등을 놓고 헐값매각에 따른 책임소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률적 목표에 기관장들의 공명심까지…심각한 후유증 우려=정부는 최근 공기업 부채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대상 공기업 41곳의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하지만 공기업 해외사업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나 심도 있는 시뮬레이션도 없이 일률적으로 부채비율 목표치를 부여하고 이를 실행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평균 부채비율을 5년 내에 200%로 줄이라는 기계적 잣대를 갖다 대니 공기업 기관장들은 핵심자산인 줄 알고도 무조건 팔아야 하고 이렇게 되면 부채는 단기적으로 줄일 수는 있어도 찌꺼기 자산만 남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외자산 매각은 단순히 부채 감축 차원에서만 들여다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자원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자산이 없을 경우 2~3배의 가격을 주고 자원을 사올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경제에 치명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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