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사업구조재편 기간인 4년 동안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 가능해진다. 또 자회사의 손자회사에 공동 출자도 허용된다. 인수합병(M&A)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주식매수청구권 제한은 소규모 합병에 한해 발행주식 비율의 20%로 확대된다.
이 같은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은 과잉공급산업에 있는 기업에만 3년간 한시로 적용된다. 원샷법의 혜택을 받으려는 기업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3%포인트 올리는 등 생산성 지표와 부채비율 목표치를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혜 시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관부처 산하에 설치될 민간합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으며 신청부터 심의 완료까지 2개월 이내에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원샷법 입법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 중인 권종호 건국대 교수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산업금융법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제정방안'을 공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방안이 정부가 마련 중인 특별법 초안의 골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 지분규제 빗장 대거 풀려=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주회사 관련 출자제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는 점이다. 우선 사업구조재편에 나선 기업은 법에 명시될 4년 동안 한시적으로 출자제한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다. 현재 금지된 자회사의 손자회사 공동출자도 허용되고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보유 의무비율도 100%에서 50%로 대폭 완화된다. 비계열사에 대한 지분도 4년 동안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도 사업재편에 나설 경우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이 가능해진다.
상법상 특례도 마련됐다.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주주총회 절차도 간소화된다. 주총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간이 합병의 문턱도 낮아진다. 90%였던 합병회사의 피합병회사 지분보유 비율이 3분의2로 하향 조정된다. 다만 재계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이었던 주식매수청구권 제한은 소규모 합병 요건의 범위를 기존 10%에서 20%로 넓히고 절차 간소화와 회사의 주식매수 의무기간을 연장(상장법인 1개월→3개월, 비상장법인 2개월→6개월)하는 선에서 수용됐다.
사업재편에 필요한 자금은 산업은행이 가동 중인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 촉진프로그램 등 정책 금융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사업재편을 통해 진출하는 신사업에서 규제를 사전에 확인하는 그레이존 제도와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경우 규제 적용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실증 특례제도도 마련된다.
세제 관련 지원책은 향후 세법개정안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등록 면허세가 반으로 깎이고 M&A 이후 주주 간 주식교환이 이뤄지는 경우만 양도차익 과세이연(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을 허용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혜 시비 차단이 입법 관건=상법·공정거래법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지원방안이 담기는 만큼 특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특혜 시비가 일어날 경우 자칫 국회 문턱에서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샷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과잉공급산업에 있는 기업에 한정된다. 과잉공급산업의 판단 기준은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평균값이 직전 10년간 평균값보다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3년간 제품가격 상승률이 원료가격 상승률보다 낮아야 한다. 또 원가절감이 어려워 당분간 공급과잉 해소가 어려워야 한다.
대상 업종이더라도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생산성 지표는 물론 재무건전성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생산성은 사업재편 종료 시 1인당 부가가치를 5% 이상 높였거나 자기자본순이익률(ROE) 3%포인트 향상, 유형고정자산회전율 3% 이상 상승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재무건전성은 이자보상비율 100% 이상, 유동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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