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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누가 세대간 고용갈등을 부추기나




노동시장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일까. 고용노동부가 최근 연이어 내놓은 2건의 보도자료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나는 대기업 노조의 세습 문제 등 불합리한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벌금부과와 같은 사법 처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의 잘못된 행태를 부각하고 개혁 의지를 강조하려는 요량이겠지만 개별 노사 간에 맺은 단체협약 사항에 대해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벌금을 부과하는 게 가능한지 알 수 없다. 설령 사법 처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최대 500만원의 벌금부과로 세습과 같은 행태가 고쳐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이 자료는 노동계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다른 하나는 장시간 근로 개선정책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으로 평가됐다는 자료다.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면 여기서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최대 15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국가 차원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정책은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한 바 있고 프랑스가 주당 39시간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이는 '오브리법'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물론 프랑스와 우리의 경제 환경이 다를 수 있다고 십분 이해하더라도 이로 인해 기업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었다. 그 며칠 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대 연 12조원의 임금폭탄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낸 것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왠지 고용부의 홍보성 자료에 대한 반박으로만 비친다.

개혁 조급증은 갈등·반발만 키워

노사정이 합심해도 어려운 노동시장 개혁이 이런 형태로 진행돼서야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정부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인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의 참여가 없는 개혁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애초 노동시장 개혁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채 시작됐다. 통상임금은 법원에 의해, 정년연장은 경영계 부담급증이라는 후폭풍을 고민하지 않은 정치권에 의해 이미 법으로 확정된 사안이다. '법과 소시지는 만들어지는 과정을 안 보는 게 낫다'는 서양속담이 있는 것처럼 당시에도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왔으나 다양한 정치논리가 개입되며 어물쩍 넘어갔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 양보하라고 하니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번 노사정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고용절벽에 절망하는 젊은 층의 일자리를 위해 중장년층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 여파로 "형님들, 삼촌들 좋은 일자리 독점 말고 조금만 나눠 주세요"라는 대학생 피켓 시위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대다수 이들 형님·삼촌들 역시 풍족하지 못한 임금에다 고용불안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그 청년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가장들이다.

정부가 고민하는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 만들어지고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경제 활성화에 실패한 정부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일부 대기업 귀족노조의 행태를 일반화해 중장년층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처럼 재단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말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5년 세대 간 고용대체론을 강조한 일자리전략을 폐기했다. 선진국에서 장년 고용률이 높을수록 청년 고용률도 높게 나타난 탓이다.

노사정 함께 고통 나눌 방안 모색을

물론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문제에다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문제까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노동환경이 펼쳐지는 만큼 이에 대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기존 세대의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고통을 나누자는 식의 접근을 통해 설득과 설득을 거듭했으면 싶다. 결과는 비슷해도 접근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은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동계 대표나 대기업 노조들은 청년고용과 비정규직, 협력 중소업체까지 아우르면서 경제현실까지 감안해 고통을 나누는 자세를 취해야겠지만 사(使)와 정(政)도 이를 어떻게 나눠 가질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개혁시한에 쫓겨 밀어붙이기만 하거나 세대 간 고용갈등을 부르는 논리만 펴다가는 오히려 반발만 커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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