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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시 없이는 거시도 없다

어떤 일이든 관심 분야가 무엇이냐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경제 관료도 그렇다. 거시(巨視) 분야를 주로 다룬 사람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시(微視) 쪽을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다. 우리 경제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거시 쪽을 주로 한 관료(모피아)들이 경제부처 수장을 싹쓸이하다 보니 미시를 경시하는 풍토가 생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모피아만의 리그는 禍 초래 경제부처뿐만 아니다. 금융부문에서도 요직을 독식하며 모든 것이 그들의 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사고가 아직도 경제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 곳곳에서 부작용과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가대책만 놓고 보자. 성장과 물가관리목표에 매여 시장을 간과하다 보니 내놓는 대책마다 헛방을 날리기 일쑤다. 대책도 한심하지만 그들이 휘두르는 수단도 유치하기 그지없다. 기업을 폭리를 취하는 부도덕 집단으로 매도하고 원가ㆍ마진 같은 영업기밀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도 여의치 않아 툭하면 담합 조사를 핑계 삼아 기업을 매몰차게 몰아 붙인다. 수년치의 이익을 합해도 모자랄 정도의 과징금까지 물리기도 한다. 아직도 모든 것을 정부가 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듯하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우리는 지금 사회주의 국가에 사는 게 아니다. 나누라고 나눠지지 않는다. 가격도 내리라고 해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이익은 나야 한다. 적자를 보면서까지 물건을 팔라고 하는 것은 깡패나 하는 짓이다. 지금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 이상이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남성들의 잘못을 꼬집으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라고 하는 한 개그우먼의 말이 그들을 겨냥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심한 작태를 계속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그들이 자리를 나눠 먹는 것은 담합이 아니고 뭐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에게 담합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공감이 간다. 지금 주요 경제분야의 수장은 대부분 모피아 출신이 맡고 있다. 회전문 인사를 하면서 서로 밀고당겨주고 있다. 심지어 월급까지 더 줘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자리도 만들고 돈도 올려주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잘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하는 일마다 그르치니 문제다. 의구심이 드는 것은 한국의 성장이 자신들의 손끝에서 나왔고 자신들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정말 시장을 잘 알고 있느냐다. 누르면 다른 곳이 터지고, 외생변수로 인해 역효과가 오는 단순한 경제논리나 알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모른다고 하면 화낼 것이다. 간과하고 있을 뿐이지. 명심해야 할 것은 당장의 목표를 위해 시장을 망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문해봐라.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기업들을 몹쓸 집단으로 재단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인지. 또 좋은 자리를 다 차지했는데도 곳곳에서 문제점이 분출하고 있다면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미시 출신도 두루 중용해야 해결책은 간단하다. 스스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시 없이는 거시도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관리의 한계도 인정해야 한다. 기업 옥죄기 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시인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모호한 태도가 신뢰를 그르치고, 신뢰를 잃으면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미시 출신 경제장관은 왜 없나,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안됐을 텐데"라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그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들만이 벌이는 '시크릿 가든'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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