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의 공습과 원천기술 부족 탓에 해외로 샌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해외에 지급한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74억7,000만달러였다. 이 같은 대외지급액은 1~8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97억5,000만 달러)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 유력시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8월까지의 지식재산권수지도 42억5,000만달러 적자로 1~8월 기준 사상 최대이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2010년(59억9,000만달러)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지식재산권 사용료 증가는 국내 기업의 원천기술 부족으로 해외에 특허료 등의 지급 규모가 점차 늘어나는데다 특허권을 마구잡이로 매입해 해당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특허괴물 영향도 크다. 8월까지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액 중 특허권 사용료(연구개발(R&D)로 창출한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액)가 차지하는 비중은 66%(약 49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지식재산권은 특허권·저작권·상표권·판매권 등을 말한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최근 들어 해외에서 특허 소송을 여러 차례 당하고 있다. 서울국제경쟁포럼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특허괴물에 소송을 당한 건수는 삼성이 172건으로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으며 LG도 132건으로 12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허출원 건수가 낮은 탓도 크다. 특허출원 건수는 2012년 1만2,000건으로 꾸준히 늘고는 있으나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20%, 28%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의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흘러들어간다. 지난해 미국에 지급한 금액이 68억4,700만달러로 전체의 70%에 달했으며 EU가 18억 6,600만달러로 20%에 육박했다. 일본에도 7억5,300만달러(약 8%)나 지불했다.
이러한 막대한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14년 연속 서비스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항상 지식재산권 수지 적자가 주도했다. 일례로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7,927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식재산권수지 적자폭은 5,520억달러에 달했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원천기술 개발은 투자 위험성이 높은 만큼 다각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지식재산권 시장을 활성화해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기술이 아닌 국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