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0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오는 2016년 말까지 지하철 1~4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따로 경영하다 보니 똑같은 장비도 따로 사야 하는 등 경영효율성이 좋지 않았다"며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두 공사를 통합해 지하철 서비스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통합을 하면서 확실한 원칙이 있다"며 "인위적인 인력 줄이기를 하지 않겠고 서울시와 운영기관· 노사 모두가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통합한 지하철공사에서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고 경영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노동이사제도는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노동이사를 이사회에 파견해 경영에 참가하는 제도이며 경영협의회는 정기적인 경영사안을 놓고 노조가 사측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구다. 그동안 단체협상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눠왔던 노사관계 수준과 달리 노조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높은 수준의 노사 협력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찾기 힘든 제도다. 실제 김태호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유례없는 제도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시켜서 우리나라에 좋은 선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대립하는 노사관계를 참여형 관계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책임성은 물론 경영투명성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특히 노사가 함께 공사의 장기적인 경영 비전을 공유하고 논의하면서 신뢰가 높아져 파업 위험도 낮아진다는 것이 시와 두 공사의 생각이다.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노조가 회사의 예산 배분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며 "경영은 물론 현장에서도 순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노조가 높은 수준에서 경영에 참여한 사례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있다. 지난 2005년 골든브릿지가 브릿지증권을 인수해 설립할 당시 이 회사는 '공동인수와 경영에 관한 약정'을 맺고 우리사주신탁제도(ESOP)를 도입해 노조에 경영참여 기회를 부여했다. 다만 이 제도는 이후 금융위기 등으로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이에 따른 임금 및 복지 수준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사측이 서로 약정 위반을 주장하며 결국 최악의 파업으로 마무리됐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지난해 말까지 586일의 파업을 해 기존 이랜드의 510일을 깨고 국내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이 같은 극단적인 의견 대립의 가능성이다. 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노조 경영참여는 골든브릿지증권의 사례와 같이 노조와 사측이 서로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로 갈 수 있다"며 "특히 투쟁의 관행들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동참여를 허용했을 경우에 극단적인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는 노동이사제에서 운영할 노동이사의 수나 임기, 경영협의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의 종류, 개최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은 내년 기본계획안을 만들 때 추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시는 통합으로 유휴인력이 발생할 경우 안전이나 서비스 분야, 역사 개발사업과 같은 수송 외의 수익사업에 배치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그래도 유휴인력이 생길 경우 자연감소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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