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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년] 기업이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자 살아남지 못한다」기업들이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IMF이후 기업들에게 밀려닥쳐온 변화의 도도한 물결을 거슬러선 살아 남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급박해진데다, IMF를 계기로 기업들 스스로도 그동안 막연히 필요성을 느껴왔던 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기업 어느 한부문도 예외가 아닌 이같은 변화는 IMF체제라는 외부적요인에 의해 강요된 측면이 있지만 선진국형의 경영스타일이 본격 도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본업에 충실하자= 유가공업체인 남양유업은 최근 은행차입금을 모두 갚아 차입금이 한푼도 없는 기업이 됐다. 올 상반기 남양유업은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 16%증가, 당기순이익은 36% 늘어난 97억을 기록했다. 비결은 딴게 아니다. 한눈 팔지 않고 유가공제품업이라는 본업에만 충실해 온 덕택이다. 한화그룹은 주력인 한화종합화학을 주력으로 삼아 석유화학산업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고 나머지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상이 미원유화를 매각해 본업인 식품제조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 반면 본업에서 돈을 벌어 생소한 분야에 눈을 돌렸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IMF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아 한우물경영이 장기적으론 가장 슬기로운 경영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태일정밀은 모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에 지니고 있음에도 금융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를 냈고, 삼익악기는 악기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가구 전자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다 주저앉고 말았다. 본업이 온라인사업인 데이콤의 경우 공들였던 국제전화와 장거리전화사업은 아직 죽을 쑤고 있는 반면 「천리안」은 올해 매출이 1,000억원, 이익 200억원이 예상되는 등 13년만에 효자사업으로 뒤바뀌자 본업의 소중함을 실감하고 있다. ◇알짜기업도 판다=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라는 박용오(朴容旿) 두산그룹회장의 말은 생존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앞에는 알짜와 쓰레기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말해준다. 한화 두산 한솔 대상 등 구조조정에 남보다 앞섰다고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한결같이 국내외의 기업들이 군침을 삼킬만한 알짜기업들을 매물로 내놓았다. 부동산등의 매각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알짜기업을 매물로 내놓자 매매가 쉽사리 성사됐고 이들 기업들은 매각대금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상의 라이신사업(6억달러), 한솔의 한솔제지(10억달러), 한화기계의 베어링부문(3,000억원) 등이다.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두산의 경우 코카콜라 3M 코닥 네슬레등 이른바 돈되는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해 1조원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알짜기업을 과감하게 매각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시에 전략상 필요할 경우 기업을 사들일 여유마저 갖게돼 부러움을 사고 있다. ◇본사도 아웃소싱 = 분사(分社)는 인원정리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주변사업부문을 임직원들에게 맡겨 독립법인화하는 형태는 IMF이전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였지만 최근들어선 본사기능마저 분사하는 선진국형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들어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 기능을 독립시킨 것을 비롯해 계열사별로 총무부문에 해당하는 경비및 관리, 청소용역, 식당, 차량운수등을 외주형태로 분가시켰고 일부 계열사는 물류부문을 분사시켰다. 사보제작과 광고디자인 자재관리등도 상당수의 계열사에서 독립시켰다. 그룹전체로 보면 51개사업을 분사해 1만5,000명을 정리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리해고로 시끄러웠던 현대그룹과는 달리 삼성그룹이 인원정리의 폭은 훨씬 크면서도 조용했던 게 분사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는다= 한국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기로 소문나 있다. 외자유치나 화의인가등에서 적지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일수록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았던 점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한라 대상 한화 두산등 모범그룹들은 한결같이 대주주들이 「마음을 비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IMF라는 특수상황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경영권보다는 기업의 경쟁력이 우선되는 선진국형의 경영이 한국의 풍토에서도 자리잡을 가능성을 예고한다. ◇소액주주의 목소리 커졌다= IMF이후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소액주주를 무시한 일방적인 경영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삼성전자 SK텔레컴 제일은행의 경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도 소액주주의 주주권을 존중하는 선진국형 경영을 본격도입해야 할 시점임을 말해준다. 지난 3월 소액주주들과 대주주들 사이에 갈등을 빚기도 한 SK텔레컴은 참여연대 타이거펀드등의 추천으로 사외이사 3명과 사외감사 1명을 선임했다. 서정욱(徐廷旭)사장은 『사외이사의 목소리는 경영내실을 다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진단=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들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자발적인 변화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더슨 컨설팅의 한봉훈(韓鳳勳)부사장은 『경쟁력강화의 필요성에서라기보다는 외자유치나 M&A등의 기업외적인 필요성 때문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韓부사장은 그러나 『아직 초기단계이긴 해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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