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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비상] 6개 농장 9만마리 살처분 … 전염성 빨라 전남·충청권도 영향권

고창 농장 오리 병아리, 충남 등 4개도에도 분양

오리·닭고기 취급 음식점 매출 타격 우려에 발동동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속도가 예상대로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첫 신고 사흘 만에 가축·사람·차량의 '일시 이동제한 조치(Standstill)'가 발동되는 등 3년여 만에 전라북도에서 발병한 AI로 전국 가금류 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까지는 AI가 전북에서만 발견되고 있지만 빠른 전염성을 감안할 때 닭·오리 농가가 많은 전남·충남·충북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더구나 AI가 처음으로 발견된 전북의 한 저수지에서 가창오리가 떼죽음을 당해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동중지 명령까지 발동하게 된 것은 오리농장이 전남북 지역에 밀집해 있어 향후 AI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긴급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첫 신고된 16일 이후 지금까지 총 3차례의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전북 고창 종오리 농장 1곳, 전북 부안의 육용오리 농장 2곳이다. 최초 발병한 전북 고창 씨오리 농장의 AI는 고병원성인 H5N8형으로 확진됐으며 17일 감염의심 신고가 들어온 부안의 또 다른 오리농장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H5형 단백질이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AI 신고가 접수된 고창군과 부안군의 6개 농장 9만150여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또 고창 종오리 농장의 오리 병아리가 충남·충북 등 4개도에 분양된 것으로 파악하고 소독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AI 발생 3일째인 지난 18일에는 가금류 농장 종사자와 차량 등이 이동을 통제하는 일시이동중단 명령을 발동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현재로서는 AI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며 "일시이동중단 명령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전염 속도가 빠른 만큼 사태의 지속 기간은 매우 길다. 과거 사례를 통해 볼 때 AI가 한 번 발병되면 짧게는 40여일, 길게는 130여일간 지속됐다.



정부가 17일 고창 씨오리 농장 인근 저수지에서 떼죽음한 가창오리 폐사 원인을 규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AI 바이러스가 폐사의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나 콜레라 등 다른 질병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전북의 한 가축방역 전문가는 "가창오리는 닭이나 오리보다 면역력이 강해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더라도 떼죽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많은 개체 수가 떼죽음했다면 강력한 바이러스 침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2005년에는 가창오리 3만마리가 죽은 적도 있다"며 "당시에는 AI가 아니고 가금 콜레라라는 세균성 질병에 감염돼 죽었다"고 말했다.

오리와 닭을 취급하는 전국 5만여개 음식점들은 갑작스러운 AI 발병에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2003년께 우리나라에 처음 AI가 발생했을 때 국내 치킨업체들의 매출이 90%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치킨 체인점에는 국민 간식인 치킨 주문이 급감하고 치킨을 먹어도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금류 생산농가는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주고 있지만 외식업체들은 아무런 지원이 없다"며 "닭·오리 등은 익혀 먹으면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는 만큼 안심하고 소비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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