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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천박한 한 시대

세기말의 의미를 과장하고 2000년의 미래를 선전하는 언설이 난무하는 1999년 12월. 천박한 한 시대를 마감하는 세모의 길목에서 한국인들은 종종걸음을 친다.『강물 위로 노을만 잿빛 연무 너머로 번지고 노을 속으로 시내버스가 그 긴 긴 다리 위 아,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 아, 지루하게 불안하게 여인들과 노인과 말 없는 사내들 그들을 모두 태우고 건넌다…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오, 이 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오 저 무너지는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지나간다 명랑한 노래소리 귀에 아직 가물거리오, 컬러 신문지들이 눈에 아직 어른거리오 국산 자동차들이 앞 뒤로 꼬리를 물고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정태춘씨는 2년전에 자기가 작사, 작곡한 「건너간다」를 12월10일 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 10주년 기념식장에서 불렀다. 그는 가요의 사전검열 제도에 반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내었고 96년에 위헌결정을 받아낸 민중가수다. 그는「새로운 10년을 향한」경실련의 10주년 기념식장에서 환멸의 90년대를 노래해 미안하다는 뜻의 말도 했다. 아마도 그는『세상을 바꾸는 풀뿌리 시민운동』의 정착을 다짐하고 나온 첫번째 시민세력이라 할 경실련을 향해 노래말로 주문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난 1년 가까이 경실련은 내부 모순으로 갈등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실련이 10년 만에 겪은 이 갈등은 열을 바로세워 새로운 시작을 기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정태춘씨의 노래 「건너간다」는 99년의「환멸의 내분」을 넘어선 경실련이, 꽃은 예쁘되 가시가 날카로운「찔레꽃」같은 새 모습으로 천박한 현실정치, 환멸의 정권, 피폐한 사회를 감시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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