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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창업투자는 기본, 기술교육·밀착 멘토링까지… '예고된 대박'

1부. 데스밸리를 넘자 <4> 고기 낚는 법부터 가르쳐야

■ K벤처, 패러다임을 바꿔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민간 창업사관학교 싱귤래리티대에서 예비창업자들이 첨단 테크놀로지 전문가들과 기술 트렌드를 익히고 있다. /사진제공=싱귤래리티교육그룹

네트워크 가진 전문가 집단… 성공·실패 경험까지 전수

시장이 원하는 제품 만들어내

중기청이 매칭 지원하는 민간투자주도형 프로그램

창업경쟁력 키울 전환점 될듯


"앞으로 10년간 10억명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라."

미래학자 레이 커즈웨일과 X프라이즈재단 설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가 지난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캠퍼스에 설립한 신개념 창업사관학교 싱귤래리티대 입학생에게 주어지는 미션이다. 단 10주간의 교육과정 동안 이뤄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지만 졸업생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눈부신 성과들을 내고 있다. NASA의 파트너로 우주정거장에 3D프린터를 쏘아 올리기로 한 '메이드인스페이스'나 미국에 카셰어링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겟어라운드' 등이 모두 싱귤래리티대에서 탄생했다. 이 같은 성과는 투자와 밀착형 멘토링이 함께 이뤄지는 '창업 플랫폼' 덕분이다.

우주선에 필요한 장비나 부품을 우주에서 직접 제작한다면 필요한 물품이 생길 때마다 발생하는 우주선 발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메이드인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세계적인 솔루션 업체인 오토데스크의 전략 전문가와 3D프린팅 업계 20년 경력 보유자, 우주비행사, 우주정거장 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은 덕분에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러한 멘토링 그룹을 끌어모은 것은 싱귤래리티대의 힘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창업자들이 2만5,000달러나 되는 학비를 기꺼이 지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싱귤래리티대를 거쳐 3D프린터 기업을 창업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싱귤래리티대에선 하버드와 MIT·스탠퍼드대 등 우수 교육기관의 교수·연구원·기술자와 구글·시스코·딜로이트 등 기업 실무 전문가들이 교수진이자 멘토로 교육과정에 참여해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며 "빨리 창업시키는 게 목표인 국내와 달리 첨단 테크놀로지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창업을 유도하다 보니 성과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싱귤래리티대의 남다른 혁신성은 '시장이 원하는 제품(서비스)'을 만들도록 유도한다는 데 있다. 아이디어에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전문가 집단이 상시 멘토링을 지원하고, 창업기업은 전문가 집단이 가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판로를 개척한다. 사업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난제를 앞서 경험한 창업 선배들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창업기업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익히고 커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창업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등 성공 모델로 꼽히는 글로벌 창업 생태계의 강점은 '연결성(네트워크)'이다. 그리고 이 연결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실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한 멘토 군단이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같은 글로벌 최강 창업 생태계가 '창업→성공→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창업 전선에서 쌓아온 성공과 실패 경험은 고스란히 창업기업에 전수된다. 개인이라면 엔젤투자자, 기업이라면 벤처캐피털,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의 형태로 창업기업의 투자 유치와 법률 대응, 판로 개척 등을 밀착 지원한다. 이들은 정부의 창업기업 육성정책의 중심축이 '관'에서 '민'으로 이동할 때 핵심 역할을 담당할 집단이다.

중소기업청이 올해 핵심적인 창업지원사업으로 선보인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TIPS)에서도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성공 벤처인이 주도 하는 엔젤투자회사(법인엔젤), 초기 벤처캐피털, 기술 기반 대기업이다. 중기청이 투자부터 전문 보육까지 종합적인 창업기업 지원 역량을 갖춘 '창업기획사'를 선정하면 이들이 주축이 돼 유망 창업팀을 선별해 엔젤투자·보육·멘토링을 제공한다. 이때 정부는 매칭 방식으로 공동투자하고 연구개발(R&D), 판로 등을 연계 지원한다. 창업팀 한 곳에 지원되는 10억원은 창업기획사의 투자금 1억원, 정부의 창업지원자금 1억원, 엔젤매칭펀드 2억원, 기술개발 지원자금 5억원, 해외마케팅 지원자금 1억원으로 구성된다. 정부와 민간 파트가 매칭 지원하면서 단순한 정책자금 지원이 아니라 투자와 멘토링이 가능한 구조를 처음부터 구축해놓는 것이다.

중기청이 '창업생존율 제고'를 올해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첫선을 보인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사업은 전문가 집단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장 전문가로 구성된 창업도약 추진 태스크포스(TF)가 사업 모델 개발과 제품 개발, 판로 개척을 밀착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지원 프로그램이 창업·연구자금 지원, 사무실 등 인프라 지원, 일회성 컨설팅에 그쳤다면 창업도약 패키지 프로그램은 생존에 필요한 자금만 지원하되 기업 성장에 따라 필요한 육성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확보한다. 또 시제품 제작에 중점을 둔 기존 사업과 달리 멘토들은 엔젤투자자로 참여해 사업화 이후 제품 판매에까지 도움을 주며 집단지성을 통한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인 '아이디어오디션' 등을 활용, 상품화 단계를 구체적으로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민간중심 창업지원사업의 확대가 정부가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주체에서 창업 플랫폼 설계자로 전환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 설계자로서 정부가 흩어져 있는 민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연계시키고 상장기업 창업자나 임원 출신의 시장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사업화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면 정부 창업지원 예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창업 생태계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류해필 한밭대 창업대학원 교수는 "최소한의 생존자금만 지원하고 비즈니스 모델 검증 및 개선, 사업 아이템 개선 등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며 "올해 중기청이 업력 3년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맞춤형 사업화 지원사업과 업력 3~7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사업이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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