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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뒷전에 밀린 '정보공개'

시키는 대로 줄을 서긴 섰는데 언제쯤 내 차례가 올 지 전혀 알 수 없다면? 놀이공원의 인기 시설에 하염없이 줄서 본 경험이 있다면 그 답답함을 짐작할 것이다. ‘여기서부터 1시간’이라는 안내표시가 그나마 위안을 주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기 일쑤다. 아파트 분양을 위해 기약없이 줄서 있는 많은 수요자들의 심정도 아마 이와 비슷할 듯하다. 오는 9월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모든 예ㆍ부금 가입자는 자신의 점수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서게 된다. 자기 점수는 알지만 다른 사람들의 점수를 모르니 자신이 기나긴 줄의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수백만명의 점수를 일일이 계산해 번호표를 나눠주기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무주택자들이 공공주택에 신청할 수 있는 청약저축의 경우 이런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 청약저축은 납입액이 많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당첨권을 준다. 가변성이 많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가점에 비하면 납입액은 ‘단순 정보’에 가깝다. 현재 시점에서 100만~200만원 사이 납입자가 몇 명인지, 1,000만원 이상은 몇 명인지가 금세 계산돼 나온다. 전체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납입액별 분포를 알 수 있다면 자신이 당첨될 만한 곳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을 대략적이나마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특정 인기 단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와 청약과열을 억누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해당 정보를 쥐고 있는 금융결제원과 국민은행은 ‘혼란 우려’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요자의 혼란이 걱정스러운지 자신들의 업무 혼란이 우려되는지 알 수가 없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더니 ‘정보 부존재로 인한 공개 불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가 자신의 업무를 민간 기업에 위탁하면서도 정작 업무내용은 보고받지 않아 알지 못한다며 발뺌이다. 이번엔 국민은행 등에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한 지 행정자치부에 질의해 봤다. 해당 정보는 공공성이 있어 정보공개 대상이 맞지만 국민은행 등은 공개대상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청구할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보공개의 권한이 있지만 책임은 없다는 국민은행과 책임이 있지만 권한은 없다는 건교부의 무성의함에 국민의 알 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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