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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미친 유가' 일자리도 집어삼킨다

[소리없는 해고자 고유가]<br>출혈경쟁으로 주유소 잇단 폐업… 운송·해운업계도 고용 구조조정<br>산업 전반으로 확산 시간문제… 장기화땐 경제성장률 끌어내려<br>올 일자리 20만개 사라질수도



이쯤되면 '공포'… 한국에 곧 닥친다
[소리없는 해고자 고유가][심층진단] '미친 유가' 일자리도 집어삼킨다출혈경쟁으로 주유소 잇단 폐업… 운송·해운업계도 고용 구조조정산업 전반으로 확산 시간문제… 장기화땐 경제성장률 끌어내려올 일자리 20만개 사라질수도

맹준호기자 next@sed.co.kr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서울 인근의 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영업점. 13일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요즘 들어 영업사원들이 하나둘씩 일자리를 버리고 영업점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께부터 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승용차 판매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자동차 영업사원들은 개인사업자등록을 갖고 이 회사의 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고유가 때문에 차가 팔리지 않으니 생계가 어려워지고, 결국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유소 업계의 고용도 고유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고유가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전국에서 169개 주유소가 폐업하더니 11월에는 191곳, 12월에는 205곳이 문을 닫았다. 주유소 업계는 대략 한 곳당 5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본다. 주유소 폐업에 따라 한달 새 최대 1,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지난 1월에는 폐업 주유소 수가 56개로 줄었는데 그 이유가 더 안타깝다.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에 진 빚도 갚아야 하고 단순 철거 비용만도 1억5,000만원이나 들기 때문에 그나마 여유가 있는 주유소라야 문도 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가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다. 단기적으로 고유가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켜 고용조정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유가에 따른 일자리 피해는 산업 전 부문에 걸쳐 그림자처럼 슬그머니 다가온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고유가를 '소리 없는 해고자'로 부르기도 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기름값이 올라서 주유소 일자리가 사라진 게 아니다"라면서 "고유가가 주유소 간 과당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낳았고 그로 인해 해고와 폐업이 뒤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고유가에 특히 취약한 일자리는 운송 분야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유가에 따른 고용피해는 택시ㆍ택배 같은 운송서비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유가 이후 택시와 택배 업계의 일자리는 크게 줄었다. 김명현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차장은 "불경기에 고유가까지 겹쳐 2010년 10월 13만3,000명선이던 법인택시 기사 수가 올해 1월 12만7,600명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도 광주의 K택배 관계자는 "기름값 때문에 현장 근로자의 수익이 20% 정도 감소하면서 떠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해운 업계의 일자리도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운 업계에서는 최근 3년 사이 52개사가 문을 닫았고 현재 2개사가 청산절차를, 8개사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도 많이 사라졌다. 배 두 척을 운항하는 외항해운사도 선원과 영업ㆍ스태프를 포함해 최소 50명을 고용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유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운항원가 중 최대 40%를 기름값이 차지한다. 시황이 좋으면 기름값을 운송료에 반영하겠지만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뜻대로 안 됐고 이는 해운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고유가는 산업 전 분야를 위축시켰고 화물 물동량은 더욱 줄어들었다. 결국 해운사 구조조정으로 선박 공급이 감소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악순환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해운사와 화주사들의 예에서 보듯 고유가는 모든 산업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이 연평균 150달러를 지속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 하락한다.

그리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라고 가정하면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진다. 최악의 경우 올해 고유가로 인해 2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유가로 인한 고용축소가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8곳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큰 피해를 봤다'는 응답은 대기업(9.4%)보다 중소기업(23.9%)에서 많이 나왔고 응답기업 중 73.5%가 '올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대부분(95.7%)은 '국제유가 상승에 별도의 대응책이 없다'고 답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중소기업부터 고용조정에 들어가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고유가는 경기ㆍ고용위축을 낳고 이는 유류 소비 감소로 이어져 기름값이 다시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신흥 산업국의 끝없는 유류 소비, 중동정세 불안, 화폐가치 하락 등에 따라 기름값이 '수급'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은 "값싼 기름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고 이제는 고용보호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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