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제도도 쓰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죠. 눈치 보는 것 없이 당당히 권리를 찾고 경력단절 없이 다시 일할 수 있어 좋아요."
이희애(27·사진) 유니클로 신세계백화점 인천 스퀘어점 부점장은 슬하에 2살 자녀를 둔 직장 맘이다.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전공한 이 씨는 2011년 2월 유니클로에 입사,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안산점장을 지내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입사 후 1년을 갓 지나 결혼하고 자연스레 아이를 임신했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일을 접고 출산·육아에 시간을 쏟으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씨는 법정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사용하고 신계계백화점 인천스퀘어점 부점장으로 복귀했다. 있어도 무의미한 제도로 그치거나, 당연히 보상받아야 할 권리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지만, 이 씨는 여성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노동 환경 개선에 방점을 찍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유니클로 덕에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기업 440여 곳에 종사하는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 휴직 12개월 등 총 15개월을 모두 사용한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더 오래 쉬었다가는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회사에 출산 휴가를 요청했다가 이를 인정해주는 대신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회사로부터 명시적인 요구는 받지 않았더라도 임신한 여성들은 제 발로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유니클로 등 여성친화적 기업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며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이 같은 기업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단순한 '배려'가 아닌 찾아야 할 '권리'로 인식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방증이다.
이 씨는 "타 업종에 종사하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여전히 눈치 보며 응당 누려야 할 권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무조건적인 배려를 원하는 게 아니라, 임신·출산·육아 등 여성으로서 자연스레 하게 되는 일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까지 한정해 가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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