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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예술은 사기라는 백남준 선생의 말은…"

'멀티플 다이얼로그∞' 과천국립현대서 1년간 전시


“예술은 사기라는 백남준 선생의 폭탄선언은 반(半)은 속임수를 말하는 거였지만 또 다른 반은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말씀하신 걸 거예요. 당시 한창 그 책을 읽고 계셨거든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3주기를 맞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인전 형식의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을 여는 설치작가 강익중이 개막식을 앞둔 5일 기자를 만나 백남준에 대해 회고했다. ◇ 예술은 詐欺다? 예술은 史記다! = 1984년 전세계에 생중계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다”는 폭탄선언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강씨 역시 이 같은 발언에 놀랐지만 몇 년이 지나 암호를 풀 듯 그 숨은 뜻을 찾아냈다고 한다. “백선생이 당시 사마천의 ‘사기’에 푹 빠져 계셨죠. 언급하신 사기는 속임수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역사서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TV브라운관으로 제작된 1981년작을 보면 ‘사기를 읽느라 15년을 보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문구가 있어요. ‘예술은 사기다’는 말은 일종의 우수어린 농담 같은 것으로, 선생님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화두였다고 봅니다. 늘 이중적 해독이 가능한, 유연한 표현들을 즐기셨어요.” ◇ 후배를 자리를 내 주다 = 뉴욕에서 활동중인 강익중이 백남준을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휘트니미술관이 기성작가와 신예를 묶어 선보이는 2인전 ‘멀티플 다이얼로그’ 전시장에서였다. 두터운 인연의 기막힌 시작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던 어느날 당시 관장이던 데이비드 로스 앞으로 선생님이 팩스를 보내셨어요. 내용은 딱 두 줄 ‘나는 괜찮다. 강익중이 더 좋은 전시공간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I am very flexible. It is very important that Ik-Joong has the better place.)’였습니다.” 백남준은 전위예술 그룹인 플럭서스(Fluxs) 그룹의 일원으로 예술 간 장르는 물론 비예술과의 경계마저 자유롭게 넘나들던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다. 그 같은 유연한 사고가 후배 강씨에게는 예술적 조언으로 영향을 미쳤다. ◇ 미래를 현재로 옮겨오는 예술가 = 강씨는 백남준과 월 스트리트 금융계 인사들과 함께했던 저녁식사 자리를 떠올렸다. 평소 신문을 꼼꼼히 읽는 백남준이 월가의 세세한 변화까지 얘기하자 모두들 놀랐다. “선생이 씩 웃더니 ‘그럼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모두들 한번 더 놀랐죠. 남들은 겨우 백년 뒤를 내다볼 때 이분은 천년을 앞서 보는 분이구나, 마치 ‘한낮에 별을 보는 무당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강익중은 ‘현대미술은 미래 시제를 현재로 옮겨오는 것이고, 현대미술 작가는 전통과 첨단을 양끝에 매단 장대를 타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백남준에게서 배웠다. 강씨는 제47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강익중은 백남준의 18m 설치작품 ‘다다익선’을 자신의 20여년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삼라만상’ 6만 점으로 둘러쌌다. 6만점을 나열한 길이는 200m. 나선형 모양으로 다다익선을 장식한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2월 7일까지 1년간 전시된다. 두 사람의 작품은 TV모니터와 3인치 정사각형이라는 네모난 조각이 모여 구성됐다는 점, 각각 탑모양과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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