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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이나 머니는 국내 알짜 IT기업 사냥 나서는데

차이나머니의 한국 기업 사냥 공세가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한국 기업 투자액은 19억달러로 지난해의 8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훌쩍 뛰었다. 투자 급증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 투자한 우리 기업의 면면이다. 대부분 보험·정보기술(IT)·헬스케어 등 첨단기술·서비스 분야에 치중돼 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기존 굴뚝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중국의 시야에 첨단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들어온 것은 당연하다.

중국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고수익을 내는 신수종사업으로 갈아타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성사된 세계 M&A 규모는 4조6,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보톡스 업체인 앨러건을 1,486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100억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만도 56건에 달했다.

이렇게 모든 나라가 변신을 서두르는데 우리는 무슨 든든한 주머니를 찼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분기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를 기록 중인 대우조선해양을 보면 우리 제조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중후장대 기간산업은 어느덧 구조적 공급과잉을 겪으며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산업재편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1.6%를 기록한 것은 변신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확실한 증거다.



첨단산업을 담당하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마저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는데도 세계 메모리 시장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메모리 시장에서만 경쟁력이 있을 뿐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시스템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변신 노력 없이 이대로 수년이 흐른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몸 전체가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는 신호다. 치료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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