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龍, '華商'을 잡아라] 세계를 움직이는 화교자본 美·EU 이은 '3大경제세력'현금성 유동자산 2조~3조5,000억弗'세계의 공장' 中경제 급성장 뒷받침 홍콩·타이베이·자카르타=손철기자 runiron@sed.co.kr 관련기사 中최대부호 룽즈젠 회장 지난 8월12일 오후7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초특급 호텔인 샹그리라. 200여명의 중년 남녀가 만찬 예약시간인 오후6시30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환담을 이어갔다. 이들 중 한 명이 큰소리로 지배인을 불렀다. 계획에도 없던 회견단상과 80여명의 좌석을 만들라며 서두르라고 했다. 결국 만찬은 1시간 이상 늦게 시작돼 호텔 식당의 영업시간은 2시간 가까이 연장됐다. 개발도상국이라도 전세계적인 체인인 특급호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호텔 관계자들의 불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불편한 점은 없느냐”면서 지배인은 행사 실무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행사는 인도네시아 중화총상회의 천따지앙 회장을 비롯한 유력 회원들이 한국 화상대회 준비상황과 투자유치 설명회를 듣는 자리. 취재차 온 관커장(管克江) 인민일보 자카르타 특파원은 “화교계 인구는 인도네시아 전체의 3~4%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 경제의 80%를 지배하고 있다”며 “화교를 거스르고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華商총자산, 中총생산과 맞먹어 “월가 장악한 유대인과 맞설 유일한 집단”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 행사 미·캐나다등 선진국 시장으로 점차 눈돌려 중국 메이저우(梅州) 출신인 탕충원(湯崇源) 화상협회 부회장은 “샹그리라 호텔 체인의 총수인 궈허녠(郭鶴年) 회장도 화상”이라고 귀띔했다. 19세기 말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할 때까지 격동의 역사에 전세계 각지로 흩어진 화교가 이제는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용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시장학회 최신자료에 의하면 화교는 전세계 168개국에 8,700만여명이 거주해 ‘바닷물 닿는 곳에 화교가 있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화교 대부분은 근면과 성실, 그리고 탁월한 이재 감각으로 화상으로 발돋움해 2조~3조3,500억달러에 이르는 현금성 유동자산을 보유, 경제집단으로 치면 미국ㆍ유럽연합(EU)에 이은 제3의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화교 전문가인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월가 등에서 세계 금융자본을 주름잡고 있는 유대인과 필적할 만한 유일한 집단이 화교” 라며 “욱일승천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화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의 공장’막?부상한 중국의 뒤에는 화상이 있다. 79년 중국의 개혁ㆍ개방으로 대중(對中)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된 83년 이후 올 4월까지 화상의 본거지인 홍콩(2,462억달러), 대만(404억달러), 싱가포르(261억달러)에서 중국에 투자한 돈만도 3,127억달러(한화 약 320조원)에 달한다.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태국ㆍ필리핀 등의 대중국 투자를 포함하면 4,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ㆍ일본ㆍ한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대중국 투자 10위권 국가의 총 투자금액은 1,539억달러로 화상자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옥영재 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중국의 개혁ㆍ개방 이후 대만의 실제 대중 투자액은 1,0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치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대륙 투자는 지칠 줄 모른다”고 말했다. 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미국 등 서방국가가 경제제재로 중국을 압박할 때도 화교자본은 꿋꿋이 중국을 지켰다. 화상이 이처럼 중국 경제를 탄탄히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홍콩ㆍ싱가포르ㆍ대만ㆍ인도네시아ㆍ태국ㆍ필리핀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에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을 일궈 막대한 부를 축적해놓았기 때문이다. 홍콩 경제전문지 아주주간이 선정한 500대 화상기업(2004년 6월 말 기준)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총자산은 1조2,671억5,000만달러, 시가총액은 5,909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아시아 1,000대 기업 가운데 517개를 차지한 화상기업의 자산이 지난해 중국의 총생산액 1조4,170억달러와 맞먹고 있다. 화상은 또 대만 최대인 캐세이금융(자산 681억달러)과 싱가포르 은행 랭킹 1ㆍ2위를 달리는 다화(자산 651억달러), 화교은행(485억달러) 등을 지배하며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중화권 최대 재벌로 성장한 홍콩의 청쿵그룹과 신홍기ㆍ핸더슨랜드를 필두로 부동산 개발에서도 장기를 발휘하고 있다. 화상은 눈을 전세계로 돌려 청쿵그룹이 캐나다에서 가장 큰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허스키오일을 인수했으며 대만의 포모사그룹은 미국 등지에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을 건설, 운영하고 있다. 대만 최대 제조업체인 홍하이정밀은 노키아ㆍ소니ㆍ애플ㆍ시스코ㆍ델 등과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화상 최대 기업인 허치슨왐포아의 훠젠닝 사장은 “유럽 각국의 3세대 이동통신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며 “최근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입자 수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9/20 17:32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