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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준호 서울대 교수

다윈이 주장한 '종의 확산' 메커니즘 밝히다<br>종 확산도 진화의 결과라는 가설<br>20년간 꼬마선충 이용 연구로<br>단일 신경세포 수준서 첫 규명<br>신경생물학 연구 새 토대 마련

이준호 서울대 교수 연구실 소속 학생이 현미경으로 예쁜꼬마선충을 관찰한 연구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준호 교수 연구실

생존에 불합리한 상황에서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머리를 드는 행동을 한 예쁜꼬마선충이 초파리 날개에 붙어 이동하는 모습. /사진제공=이준호 교수 연구실


세계 최초 쾌거… 한국 과학자 일 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준호 서울대 교수다윈이 주장한 '종의 확산' 메커니즘 밝히다종 확산도 진화의 결과라는 가설20년간 꼬마선충 이용 연구로단일 신경세포 수준서 첫 규명신경생물학 연구 새 토대 마련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이준호 서울대 교수 연구실 소속 학생이 현미경으로 예쁜꼬마선충을 관찰한 연구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준호 교수 연구실






생존에 불합리한 상황에서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머리를 드는 행동을 한 예쁜꼬마선충이 초파리 날개에 붙어 이동하는 모습. /사진제공=이준호 교수 연구실










특정 조개는 자신의 종족을 퍼뜨리기 위해 새의 다리에 붙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찰스 다윈의 저서인 '종의 기원'에서 언급한 '종의 확산'에 등장하는 예시로 생존에 불리한 상황에서 종을 퍼뜨리기 위한 동물들의 본능이 진화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찰스 다윈이 주장한 종의 확산은 단순히 현상을 관찰한 것이지만 이준호(50) 서울대 교수는 이 과정의 원리를 최초로 단일 신경세포 수준에서 규명해냈다. 2002년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호비츠(Robert Horvitz) 교수 연구실에서도 잠시 연구를 시도했다 포기했던 분야다. 이 교수는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과학부 주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8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생명과학이 최종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목표 중의 하나는 바로 뇌의 신비를 완전히 푸는 것이다. 신경세포 덩어리인 뇌는 발생과 재생 및 진화라는 주제로 수년간 꾸준히 연구돼왔지만 그 복잡성으로 여전히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렁이 모양으로 생긴 회충이나 구충 등 기생충에 속하는 선충의 행동 연구 권위자로 지난 20년간 꼬마 선충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특히 이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종의 확산 메커니즘으로 이용되는 닉테이션(Nictation)이다.

이 교수가 종의 확산에 담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사용한 예쁜꼬마선충(C.elegans)은 뇌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가장 좋은 동물 모델이다. 관찰하기 쉬운 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고 몸의 길이는 1㎜ 정도다. 302개의 단순한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신경 네트워크의 모든 시냅스(synapse) 연결 관계가 완전히 알려진 유일한 동물이다.

예쁜꼬마선충 역시 종의 기원에 등장하는 조개처럼 종족을 퍼뜨리기 위해 다른 동물에 의존한다. 생존과 번식에 부적합한 환경에 처하면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몸 전체를 들어 올려 흔드는 행동을 해 다른 동물에 부착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이 바로 닉테이션이다. 이 현상이 발견된 지는 약 40년이 됐고 선충의 생존 및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행동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이를 증명한 연구자는 없었다.



이 교수는 실험을 위해 한쪽 실험 접시에는 예쁜꼬마선충이 생존하기 힘들도록 개체는 많지만 먹이는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 실험 접시에는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을 집어넣었다. 예쁜꼬마선충이 매달려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초파리를 준비했다. 생존에 불리한 환경에서 예쁜꼬마선충들은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머리를 들어 올리는 닉테이션을 하기 시작했고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돌연변이를 조사한 결과 'IL2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닉테이션을 시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IL2 신경세포는 예쁜꼬마선충이 가진 총 302개의 신경세포 중 하나로 입안 쪽에 있으며 6개로 한 세트를 이루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IL2 신경세포는 물리적 자극을 인지하는 일종의 감각신경세포로 이 신경세포의 감각신경의 섬모 구조가 망가지면 선충은 닉테이션을 하지 못했다. 반대로 IL2를 다시 활성화시키면 닉테이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선충이 아닌 다른 동물에서도 생존에 관련된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들은 IL2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초파리는 위험한 상황을 인지할 경우 점프해 도망가는 행동을 보여주는데 이 행동에도 IL2처럼 섬모구조를 가지는 신경세포들이 관여한다. 따라서 이러한 닉테이션 행동이 동물의 신경세포로 진화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는 찰스 다윈이 종의 확산 과정에 대한 가설을 세운 이래 처음으로 종의 확산 행동에 대한 세포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것으로 앞으로 종의 확산과 관련된 신경 네트워크의 진화적 의미 등 신경생물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성과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대표적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업적 외에도 꼬마선충에서 ▦노화 및 수명 관련 연구 ▦지방대사 기전 연구 ▦근육병 원인 유전자 연구 ▦발생 조절 유전자의 신규 기능 연구 등을 수행해 최근까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200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009년), 발생학회지(Development, 2010년),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2004년), 생화학저널(JBC, 2009ㆍ2012년) 등의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꼬마선충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뇌와 발생이라는 주제는 생명과학 궁극의 연구 목표로 최근 연구를 진행하면서 예쁜꼬마선충이 뇌 연구를 위한 좋은 모델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구를 추진하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결과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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