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이어 자율주행 SW 개발… 아우디에 차량용 반도체도 납품
전장부품사업 전략적 행보 속도
LG전자-GM, 현대차-구글 등 스마트카 선점 합종연횡 이어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SDI 사장이던 지난해 자신의 업무용 차량을 BMW 7시리즈로 바꾼 이래 계속 이 차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삼성SDI가 BMW에 차량용 2차전지를 공급하면서 시작된 삼성-BMW 동맹을 상징하는 행보다. 또 다가온 스마트차 시대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긴박한 합종연횡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국내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가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간다면 삼성의 전폭적 파트너는 BMW인 셈"이라고 했다.
이번에 두 회사는 물론 파나소닉까지 참여해 스마트카의 지능보조장치인 '인텔리전트 어시스턴츠(intelligent assistants·인공지능비서)'를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은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삼성-BMW 간 동맹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진정한 자율주행의 관건은 차량이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인식·학습 능력을 갖추는 인공지능 비서로 변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의 명령을 수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가벼운 농담까지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인 '자비스'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운전자의 음성을 식별하는 기술조차 불완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완성차를 넘나드는 전략적 협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미 초기단계의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삼성전자와 BMW를 긴장시킨 사례도 나왔다. 올해 1월 'CES 2015' 당시 실리콘밸리부터 라스베이거스까지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한 아우디가 주인공이다. 아우디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함께 사람의 뇌를 모방한 차량용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영국의 인공지능 기술 업체인 '딥마인드'를 4억달러(약 4,700억원)에 사들였으며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범위를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의료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GM이 공개할 자율주행차에 들어갈 통신용 부품(텔레매틱스)을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1년 전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전장사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BMW와의 협력 조짐을 여러 차례 보였다. 두 회사는 지난 CES 2015에서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기어S를 이용해 BMW i3를 원격 주차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BMW 뉴 7시리즈 뒷좌석에는 삼성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기본으로 탑재돼 주행 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삼성의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BMW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SDI는 BMW의 순수 전기차(EV)인 i3와 i8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BMW의 주요 배터리 공급사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이르면 내년 중반께 양산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기의 차량용 무선충전 모듈도 BMW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차량용 핵심 부품을 만들어온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애플·페이스북처럼 인공지능 기술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와 관련,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기술 전문 벤처인 '비캐리어스'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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