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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3연승을 거두다


원래는 중앙에 흑의 집이 15집 정도는 날 것처럼 보이던 바둑이었다. 그러나 백이 92까지 깨끗하게 살아버리자 중앙 일원은 거의 공배가 되었다. 이렇게 되어서는 반면으로도 흑이 모자란다. 왕밍완은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끝까지 던지지 않았다. 실전은 2백49수까지 진행되었으나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검토실에 있던 고바야시 사토루가 모니터 화면으로 계가 장면을 지켜보다가 탄식처럼 뇌까렸다. “시바시이네.” 직역하면 쓸쓸하다는 뜻이지만 그 어조는 너무도 처연했다. 황막한 승부의 세계, 그 참담함을 토로한 것이었다. 39세의 왕밍완이 15세의 소년에게 마치 농락이라도 당하듯 패퇴하는 것을 바라보는 사토루의 감회는 남다른 것이었다. 사토루는 일본 대표의 한 사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왕밍완의 뒤를 이어 최철한과 맞서야 하는 몸이다. 최철한은 이 바둑을 이기고 계속해서 이튿날 중국의 류징(劉菁)까지 꺾어 3연승을 거두었다. 전야제에서 그가 장담했던 3승을 정말로 거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사토루와 일전을 겨룬다. 그 판에서 이기면 연승 보너스는 1천만원에서 갑절로 뛰게 되는 터였다. 그러나 사토루는 절치부심을 단단히 했는지 흑으로 불계승을 거두어 최철한의 4연승을 저지한다. 한국팀은 목진석이 1승을 추가하고 조훈현이 2승, 이창호가 1승을 거두어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최명훈은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우승 상금 1억5천만원 가운데 3천만원을 배급받았고…. 192수이하줄임 백7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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